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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간 칸막이, 리더가 뭉쳐 걷어낸다
    농업농촌 2016. 6. 28. 14:43


    [충남도 마을만들기 대화마당④ 예산군 편] 마을과 마을의 연대

     

    “잘 아시다시피 농촌 마을은 사람도 너무 적고, 어르신들이 중심입니다. 하나의 마을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을의 부족한 힘은 서로가 힘을 합칠 때 더욱 강해지는 셈입니다.”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구자인 박사는 지난 24일 제4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에서 ‘마을과 마을의 연대, 마을협의회’를 주제로 던졌다.

     

    ▶ 지난 24일 예산군 행복마을지원센터에서 제4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열렸다.


    작은 농촌 마을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지원해도 마을이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마을에 수천, 수억 원의 마을만들기 정책 사업 자금이 투입됐지만 대부분 주민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는 곳도 생겼다. 어쩌면 한 마을이 감당하기 힘든 사업과 돈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마을과 마을이 연대하고, 지역의 다양한 민간단체가 결합한 네트워크 위에서 마을만들기 정책이 추진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마을과 마을이 연대하는 ‘마을협의회’는 마을만들기 민간네트워크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행정 부처 간 칸막이가 마을의 칸막이로

     

    ‘마을과 마을의 연대’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행정 부처 간 칸막이’다. 마을은 행정의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사업별로 뭉친다. 마을이 자발적으로 비슷한 성격끼리 뭉쳤다기 보다 행정이 사업 추진의 편의성을 위해 협의체를 만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사업 중 농촌체험 성격의 마을들은 ‘체험휴양마을협의회’로 뭉쳐 있다.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지만 농촌진흥청이 농장을 중심으로 추진한 곳은 ‘농촌체험협의회’, ‘농촌체험관광연구회’ 등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별도의 조직이 만들어져 있다.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구자인 박사.


    구 박사는 행정 사업별로 민간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과 민간이 협력을 하자고 하지만, 행정사업의 칸막이에 따라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사업이 끝나면 협의체가 계속 남아 있느냐.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농촌체험이라는 한 분야에서도 마을과 농장이 갈라져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날 대화마당에 참석한 충남의 한 마을 사무장은 “체험마을 관련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개인 농장들은 조합원 가입 자격을 달라고 하고, 체험마을들은 체험농장과 위상이 틀리다며 반대했다”며 “휴양마을과 체험농가 간 갈등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마을 협의체로 사업추진 힘 키워야

     

    농촌체험 분야 외에도 사업명칭에 따라 ‘희망마을협의회’, ‘권역사업협의회’ 등 마을만들기 관련 다양한 협의체가 있다. 각각의 마을협의체들이 어떻게 행정칸막이를 걷어내고 협력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구 박사는 전북 진안군의 사례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전체 마을이 모이는 ‘마을협의회’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안군은 2008년에 기존의 ‘으뜸마을위원장협의회’를 전체 마을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확대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는 전체 마을사업지구의 협력 속에서 로컬푸드사업단과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설립추진단을 꾸렸고, 각각 농업회사법인 ‘진안마을 주식회사’, 사단법인 ‘마을엔사람’을 잉태했다.

     

    그는 “기존의 협의체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지 않더라고 칸막이를 넘어 연대협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을 스스로 할 일, 협의체를 구성해서 해야 할 일, 다른 단체와 협력해서 풀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산군, 신규 조직으로 갈등보다 에너지 높아

     

    예산군 행복마을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공주대 이경진 교수.


    이날 대화마당은 예산군 행복마을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예산군에서 ‘마을협의회 구성’이라는 주제로 대화마당을 연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예산군은 지난해 연말부터 마을협의회 구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예산군은 타 지역과 다르게 기존 행정사업별 협의회가 거의 조직되어 있지 않아 처음부터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그룹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경진 예산군 행복마을지원센터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마을위원장 그룹을 비롯해 중심지마을 분야, 권역마을 분야, 창조적 마을만들기 분야, 사회경제조직 분야 등 5개 그룹이 구성됐고, 앞으로 귀농귀촌, 농촌 6차 산업, 평생교육․복지를 비롯해 예산군 행정 협의회 그룹 등을 하반기에 만들 계획이다.

     

    다양한 민간분야의 그룹들이 (가)예산군 행복마을협의회를 구성해 내년 중에 법인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을위원장 그룹이 중심이 돼 각 분야의 민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지난 15일 선출된 (가)예산군 행복마을협의회 준비모임 이강원 회장은 “예산군은 기존 협의회가 없어서 갈등 없이 추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제 시작하다 보니 마을 위원장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성, 아산 마을칸막이 걷는 다양한 시도

     

    ▶ 충남 지역 마을 위원장들이 지역의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관련 협의회와 민간단체의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도 마을 칸막이를 걷어내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아산시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별 협의체가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의 조직과 함께 ‘공동체경제 네트워크(준)’로 결합하는 단계에 있다.

     

    농촌체험 분야의 마을과 농장의 협업도 시도된다. 이규정 아산시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은 “락(樂)사업단을 통해 마을, 농장이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체험관광상품을 함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체험마을, 체험농장의 고객에게 계절별로 농특산물도 공동 판매하고 꾸러미 사업까지 함께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홍성군은 이미 희망마을협의회, 농어촌체험관광협의회, 권역사업협의회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협의체까지 참여하는 (사)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를 지난 5월 설립했다. 사업별 협의회 간 별다른 갈등 없이 민간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은 4년째 운영해온 민관거버넌스 ‘홍성통’의 성과라는 평가다.

     

    이창신 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홍성통을 통해 민간의 칸막이를 풀어내고 있다”며 “행정과 다양한 민간단체가 업무를 공유하면서 함께 할 것을 찾는다. 함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구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과 지역 민간단체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현장활동가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2015년 전국마을선언 초안 21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마을에서는 경제와 교육, 문화, 복지, 환경 등 다양한 의제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각각의 다양한 영역별 주체가 서로 협력함으로써 문제 해결 역량은 높아진다. 따라서 마을의 힘은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주체들의 신뢰와 융합적 협력,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일상적인 교류와 연대의 네트워크 문화에서 나온다.”

     

    한편 이날 대화마당에서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이 '충남도 농촌체험마을협의회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전국적으로 농어촌체험마을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제5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7월 22일 보령시에서 ‘마을만들기와 농어업단체의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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