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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나 글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습작고민 2017. 8. 13. 20:23


    글 쓰면서 먹고 사는 게 꿈이었다. 기자를 10년 정도 했으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기자도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하지만 글로만 먹고사는 것과 기자는 다르다. 기자는 글쓰기보다 취재가 절반 이상을 먹고 들어간다. 80%정도는 취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는 단신기사는 10분, 스트레이트 기사는 30분, 인터뷰기사는 1~2시간, 기획기사는 2~3시간이면 썼다. 책쓰기는 같은 분량이라도 2배는 더 걸리는 것 같다. 


    처음으로 얇은 책 한권 분량의 글을 청탁받았다. 12곳의 사회적기업을 취재하고 12꼭지의 글을 쓰면 되는 일이다. '기사 쓰듯이 취재하고 글 쓰면 되겠지. 뭐.'라며 쉽게 생각했다. 책쓰기를 너무 얕잡아봤다. 기사 쓰기와 책쓰기는 하늘과 땅차이다. 


    욕심 내지 않고 긴 기획취재 쓴다고 생각하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책으로 묶인다니 욕심이 생겼다. 기사가 신문에 실리면 읽고 싶은 사람만 읽겠지만(또는 읽고 싶은 기사만 읽겠지만) 책은 다르다. 돈을 내고 책을 구입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아! 맞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책은 비매품이지.) 적어도 한꼭지의 글마다 독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뭐. 이런 설명을 하자고 이 글을 적는 건 아니다. 책쓰기가 정말 어렵다는, 글로만 먹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느낀 점을 적으려고 자판을 두드린다. 


    내가 글쓰기에 이렇게 집중력이 없는 줄 몰랐다. 원고지 30매 분량의 한 꼭지 글 초안도 하루에 끝내기 힘들다. 한 꼭지마다 글을 어떻게 시작할지, 구성을 어떻게 짤지 고민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하루에 6시간씩 매일 쓴다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하루에 3시간 이상 쓰면 머리에 쥐가 난다. 도저히 내가 쓴 글을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 일주일 정도 지나자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마감이 다가올 수록 스스로 비참해진다. 


    아무것도 안하고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글만 쓰는 것은 죽을 맛이다. 


    내가 글 쓰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쓰기는 고통이다. 물론 퇴고도 하지 않고, 일기처럼 주저리는 이런 글은 괜찮다. 문제는 부담감이다. 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글쓰기를 즐길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쓰는 글이라 그럴까? 기사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성하지만 너무나 다르다. 호흡도 길고, 이야기 방식으로 글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게 벅차다. 숨이 차다. 내 이야기로 책을 쓰면 좀 다를란가?


    아무튼 아무나 글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전업작가가 되기 글렀다. 글쓰기 수준도 안 되지만, 그렇게는 못살 것 같다. 며칠간 애들이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술도 제대로 못마시고(가끔은 마셨다.)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다. 3주째 주말 없이 글을 쓰고 있다. 하긴 주말이 아니면 언제 글을 쓰겠나. 


    이제 12꼭지 중 7개 원고를 완성했다. 생각같아서는 금방 쓸 것 같은데, 한 꼭지를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 


    * 1486자, 원고지 8매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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