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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영씨의 시골일기<3> 시골의 달밤
    시골이야기 2016. 6. 14. 16:17

    서울에 살다가 귀촌하면서 밤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인위적인 조명 때문에 환한 밤에 장을 보러가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도 밤늦게까지 이어집니다. 자연스레 늦게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어둑해지는 밤이면 밖을 나설 수 없고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일찍 잠을 청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밤이 짧은 날에는 해가 뜨면 자연스레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귀촌하면서는 밤이 어둡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인위적인 조명이나 소음 없는 밤은 처음 귀촌살이 할 때 굉장히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의 정체를 몰라 숨 죽이며 귀를 곤두세웠던 적도 있습니다. 길고양이거나 고라니의 발자국 소리였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발자국 소리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해가 진다는 것은 더 이상 밖을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가 지면 분주했던 농사일도 멈추고 자동차나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밤이 되면 눈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을 섣불리 나서기 어렵습니다.


         ▲ 슬픈 보름달


    이제는 귀촌 7년차가 되어가니 어둑한 시골의 밤도 점점 적응이 되어가는 지 달빛의 정도에 따라 어둠을 즐기게 됩니다. 특히 보름달이 뜨면 방안에서도 달빛이 들어와 서로의 얼굴이 보일 정도입니다. 불을 끄고 누워 아이들과 남편과 한참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듭니다.


    가끔은 달이 나를 끄는 듯 마당으로 나오게 됩니다. 보름달도 늘 같지 않아 어떻게 빛을 발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며칠 전 달빛은 주황색이 많이 돌아 슬프게 느껴집니다. 한참을 달을 쳐다보고 마당을 서성입니다. 아이들은 맨발로 나와 내 마음도 모른 채 희희낙락 뛰어다닙니다.

     

    시골에서는 밤에도 하늘을 자주 바라보게 됩니다. 매일 밤 다른 별자리와 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밤의 멋을 선물합니다. 저는 특히 달빛을 좋아하는 편인데 달의 생김새에 따라 마당으로 흘러들어오는 빛도 다릅니다. 달이 걸려있는 밤하늘은 사람의 오감을 활짝 열리게 만듭니다.


          ▲ 어둠속의 우리집


    낮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또렷하게 귀를 파고들고 코로 들어오는 향기도 더욱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피부에 느껴지는 공기의 감촉은 낮과는 다릅니다. 낮에 생각했던 것과 결심했던 것들이 밤에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옴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낮에 쓰는 글과 밤에 쓰는 글의 질감이나 색감도 다릅니다.


    시골의 낮과 밤은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시골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인위적인 조명이 없는 달밤의 시간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시골의 달밤


    글/사진 = 홍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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