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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영씨의 시골이야기<5>아이의 일은 재미있는 삶의 놀이
    시골이야기 2016. 7. 4. 12:19


    가끔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 나들이라도 가게 되면 긴장하고 예민해진다. 아이의 움직이는 발걸음이 밑에 층에 울릴까봐,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옆집에 새나가지 않나 두려워한다. 


    아파트 안에서는 아이들의 놀이도 장난감이나 TV, 스마트폰으로 소란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한해버린다. 아이들을 조용히 가두고 집안일은 모두 엄마나, 아빠의 몫이 된다.   



    시골은 농사를 짓든 짓지 않던 도시보다 할 일이 많다. 특히 100여 평의 텃밭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는 심심할 틈이 없다. 내가 텃밭이나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관심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하며 쉬고 있을 때는 아이들은 “놀아줘~”하며 보채지만, 몸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 함께 거들던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자기놀이를 시작한다. 

      

    5살 둘째 아들은 내 모든 일에 호기심을 보인다. 유치원에 가는 것보다 엄마가 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녀석이다. 요즘은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를 5살 호승이가 돌본다. 호승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물뿌리개를 들고 텃밭에 나가 상추에 물을 준다. 

      

    설거지 하는 나에게 달려와 직접 하겠다고 나선다. 처음엔 맡기기가 불안해 손사래를 쳤는데 어느 순간 혼자 까치발을 하고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수세미를 건넸다. 작은 키 때문에 작은 의자 하나를 가져 오더니 올라섰다. 끝까지 모든 그릇을 씻어야만 싱크대를 벗어난다. 

      



    이 일을 계기로 나도 이제 집안일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궁리를 한다. 남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빠가 모델이 되어 손수 집안일을 하고 아이의 호기심이 발동할 때 과감하게 기회를 준다. 그리고 각자 자기일이라고 이해시킨다. 나의 가사노동해방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한옥집인 우리 집은 사시사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최근에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구멍이 뻥뻥 뚫린 창호지를 문에 다시 붙이지로 했다. 아이들은 창호지를 열심히 뜯는 일을 한다. 아이의 표정은 정말 진지하다. 잘 안될 때는 얼굴도 찡그리고 화도 내지만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나름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방을 청소하는 일이나 빗자루로 쓰는 일, 바느질 등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요즘의 자녀에게 방 청소 하나 시키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 모습을 본다. 엄마는 “방 치워! 이 꼴이 뭐야!”라며 화부터 낸다. 그러면 아이는 하기 싫다는 제스처를 보이며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지곤 한다. 일단 각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예민한 탓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일을 시킬 때 어른의 강압적인 지시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일은 놀이이기도 하다. 놀이는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아이들의 자발적인 호기심을 최대한 수용하자. 아이는 호기심으로 한번쯤은 일을 해보려고 한다. 억지 칭찬보다는 일을 하고 난 뒤에 변한 모습만 보여줘도 아이는 스스로 만족한다. 아이는 무럭무럭 커가는 상추를 보며, 깔끔해진 방을 보며, 깨끗이 씻긴 그릇을 보며, 구멍 없는 창호지문을 보며 자기 일이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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