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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고치며 가난을 벗다
    다락방에서 바라본 세상 2016. 7. 29. 13:04


    빈곤층 주거개선, 일자리 만드는 (주)홍성주거복지센터

     

    “처음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쥬. 뭐라 그래야 하나. 그때는 하루 살기에 급급했쥬. 지금은 미래에 대해 그림도 그려져유. 이제는 미래가 눈에 보여유.”

     

    충청도 사투리에 어눌한 말투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주)홍성주거복지센터 박원석 총괄부장(52)은 원년 멤버입니다. 홍성주거복지센터의 모태인 홍성지역자활센터의 집수리 사업단에 참여했을 때만해도 갓 마흔이었던 박 부장은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박 부장은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차상위계층’으로 살림살이가 차츰 나아져 3~4년 전부터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빈곤층’이라는 꼬리표를 뗐습니다. ‘이제는 미래가 눈에 보인다’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집 고치기 “사람 냄새 나는 일”


     <홍성주거복지센터 박소진 대표(오른쪽)와 박원석 총괄부장(왼쪽)>

     

    박 부장처럼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박소진(55) 홍성주거복지센터 대표 덕분입니다. 지역자활센터가 집수리사업단을 도와서 ‘자활기업’을 세웠지만 기초수급자들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목공, 가구제작 일을 하던 박소진 대표가 2008년부터 결합하면서 기업의 형태를 갖춰나갔습니다. 2011년 충남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해, 2014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습니다.

     

    홍성주거복지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집을 고치는 일을 합니다. 저소득층의 가난한 사람들을 고용해 가르치고 함께 일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의 집을 고치며 생계를 개선해나가는 겁니다. 박 대표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는 일이 은근히 매력 있다고 말했습니다


    “열심히 집을 고쳐주고 나면 상당이 보람이 있더군요. 만족해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참 좋았습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더라구요. 내 재능을 이런데다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도와


    <홍성주거복지센터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짓고 고치는 일을 합니다.>

     

    빈곤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은 정부의 복지정책 지원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법적 기준이 맞지 않아 정부의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움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방법이 없을 때, 지자체 복지분야 공무원들은 박 대표를 찾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저한테 도와달라고 그래요.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그 집이 하도 추우니까, 바람막이도 하고 지붕도 고쳐주고 하는 거죠. 그것 때문에 직원들에게 제가 욕 먹기도 해요.(웃음) 그렇다고 요청이 오는데 안 도와줄 수도 없고...”

     

    “한 번은 홍성소방서에서 요청이 왔어요. 노부부가 만성질환의 아들을 보살피며 살던 집에 불이 났다는 겁니다. 소방서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으로 집을 고치기에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자재비 부담하면서 직원들이 함께 도왔죠.”

     

    전통시장 내에 자활사업단이 운영하는 녹색가게 공사도 무상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선배 자활사업단이니까 후배가 시작한다는데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런 일을 두고 사회적기업이 해야 할 사회공헌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이밖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목공예 교실을 열어 재능기부 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목공예를 재능기부로 가르쳐주는 박소진 대표>

     

    지난해 대비 올해 매출액 ‘2배’ 기대

     

    홍성주거복지센터에는 박 대표를 비롯해 7명이 근무합니다. 이 중 4명이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요즘 일이 늘어나면서 수급자 1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홍성주거복지센터 중심으로 충남지역의 주거복지센터들이 뭉쳐 사회적협동조합을 출범하면서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댐 주변 복지시설 개선사업, 현대아산재단의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 등 대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을 수주하면서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 매출액은 3억8000만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매출액만 3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박 대표는 “이대로 진행되면 올해는 지난해 매출액의 2배는 될 것 같다”며 웃어보였습니다.

     

    “나도 못 주머니 차고 지붕 올라가는 현장직”

     

    <지붕 위에 올라가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

     

    충남.세종 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게 된 박 대표는 요즘 들어 현장보다는 회의에 참석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못 주머니 차고 지붕 올라가는 현장직이 적성에 맞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의 오른손 손가락은 유난히 뭉뚝했습니다. 목공일을 하다가 손가락 몇 마디를 잃었다고 합니다. 불편한 손으로 박 대표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안 곳곳을 고칩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직원들은 전문기술자처럼 한 가지만 잘 해서는 안 돼요. 타일도 붙이고 미장도 하고, 목수일도 합니다. 우리 한 팀만 현장에 가면 지붕도 고치고, 변기도 설치하고, 보일러도 넣고. 따로 부를 필요가 없어요. 전천후, 맥가이버가 되어야 하는 거죠.”

     

    빈곤한 이들의 자립 돕는 ‘보금자리’


     <홍성주거복지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직원으로 고용해 함께 일합니다.>

     

    그는 기초수급자들이 홍성주거복지센터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계속 늘여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람감도 있지만 사실 아쉬움도 있어요. 잘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나가서도 자립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도에 포기하면 안타까워요. 기초수급자 분들끼리 서로 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우리 직원들은 오랫동안 일하는 편입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폐지를 줍는 중년의 남성이 사무실을 들렀습니다. 회계를 담당하는 나이 지긋한 여성 직원은 “폐지 줍는 분들도 여기를 자기 집 드나들듯 해요. 전혀 눈치를 안주거든요. 여기서 가끔 커피도 마시고 가기도 해요.”라고 전했습니다.

     

    언젠가는 폐지 줍는 중년의 남성도 홍성주거복지센터라는 든든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박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 수급자 분들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홍성주거복지센터는 빈곤한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보금자리입니다.


    * 이 글은 사회적기업 기자단 활동으로 작성했으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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