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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농촌 마을, 지역 안에서 손잡기
    농업농촌 2016. 8. 31. 09:40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⑥ 천안시 편>도농복합 지자체의 과제

     

    흔히 ‘도농교류’라고 하면 수도권의 도시지역과 지방 농촌지역의 교류를 떠올린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아파트 지역과 시골 마을의 자매결연 행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 농촌 입장에서 소비자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작은 시.군 단위 지역에도 분명 도시 소비자는 있다. 농촌 지역에도 읍 소재지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소비자들이 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인근 시골마을에서 거주하는 부모들로부터 농산물을 얻는 자식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지역 내 도농교류’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부모들로부터 농산물을 얻는 대신 주말마다 부모의 농사를 돕고 용돈을 드린다. 단지 경제활동 수치로 잡히지 않을 뿐이다.)

     

    충남도 내에서 인구가 가장 작고, 농가 비율이 가장 높은 농촌지역인 청양군에도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인구 3만2000명의 청양군의 농가비율은 39%, 소비자 가구수가 60%를 넘는다. 충남 전체로 봐도 농가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멀리 수도권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 소비자가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급속한 도시화 겪은 천안시, 소외된 농촌 지역

     

    지난 26일 천안 아트큐브136에서 충남연구원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제6회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도농복합 도시의 마을만들기 과제, 농촌 마을과 도시 마을의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천안시는 충남에서 가장 큰 지자체다. 62만7000명(외국인 포함)이 살고 있으며 매달 800명 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배후지역으로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1960년 초반 6만여 명에서 지난 50년 동안 10배 가량 늘어났다.

     

    천안시에도 농촌지역이 있다. 규모도 만만치 않다. 천안시 농가 인구는 3만3800명으로 청양군 전체 인구보다 많고, 경지면적도 농촌지역인 도내 홍성군과 서천군보다 넓다.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다.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하나의 자치단체 내에서 도농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 센터장은 “천안시 내에서 로컬푸드, 학교급식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지역 농산물이 천안 내부에서 대부분 소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시 마을 공동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농촌체험객이 되어주고, 귀농귀촌도 수도권이 아니라 천안의 도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농촌마을에 들어가 산다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발표자료.


    결국 ‘도시의 마을만들기’와 ‘농촌의 마을만들기’가 만나야 한다. 굳이 ‘마을’에 ‘만들기’를 붙인 이유는 농촌마을의 생산자와 도시마을의 소비자가 ‘조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도시 소비자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착한 소비’ 의식이 부족하고, 농촌 생산자들은 도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체계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

     

    공동체지원센터 설립, 도농복합형 모델 구축

     

    이날 천안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도시형 마을은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있으며, 아파트 지역과 도심 상권 쇠퇴에 따른 상권 공동체 복원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농촌형 마을은 ‘쇠퇴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있으며, 농업 생산방식 전환 및 새로운 소득원의 발굴에 집중된다.

     

    천안시는 올해부터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제외됐던 농산어촌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되면서(올해부터 50만 이하 시.군도 도시활력증진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도농복합 마을만들기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인 ‘천안시공동체지원센터’가 8월에 문을 열었고, 9월 중에 지역경제과 내에 마을만들기 팀이 정식으로 신설된다.

     

    ▶ 박두호 천안시공동체지원센터장.


    천안의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모여 지난 5월 (사)천안공동체네트워크 ‘함께이룸’을 설립하고, 중간지원조직을 위탁 운영하게 됐다. 박두호 천안시공동체지원센터장은 “천안은 농촌만 아니라 도시도 함께 있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이 공감하는 마을만들기가 필요하다”며 “마을만들기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공동체지원센터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축적되는 도시형 마을만들기 역량

     

    천안시는 도농복합지역이지만 그동안 도시재생사업 등 도시형 마을만들기에 집중해왔다. 안상욱 천안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천안시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으로 대부분 원도심만 선정돼 농촌마을은 정책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천안시 동남구 중앙동, 문성동 일원(19만6000㎥)이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마중물 사업 126억 원을 비롯해 총 2,70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임대인, 청년상인, 다문화 등 주민 공동체가 조직되고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안 센터장은 “원도심 내 비어 있는 공간만 400여 곳”이라며 “어떤 콘텐츠로 원도심을 채울 지, 지역사회를 위해 어떻게 쓸 지 주민들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각종 위원회가 조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욱 천안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원도심을 중심으로 축적되고 있는 ‘도시형 마을만들기’ 역량을 농촌지역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센터장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주변 농촌마을에서 안정적으로 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면 원도심 상인들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마을만들기 관련 중간지원조직 간 연계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천안시공동체지원센터가 기존의 도시재생지원센터, NGO센터와 어떻게 역할 분담할 지가 숙제라고 덧붙였다.

     

    “지역 도시민들이 농촌의 보물”

     

    이날 대화마당에서 도시와 농촌 마을의 협력방안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충남연구원 김기흥 박사는 세계 ‘유기농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농촌생산자와 도시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천안시 농업기술센터 윤재림 농촌지도사는 도시농업을 통한 도농교류 방안을 설명했다.

     

    천안시 성환읍의 어룡농원 이상열 대표는 배나무 분양을 통해 도시민이 직접 농장에 찾아오게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천안이 가진 많은 인구, 수많은 초등학교는 천안 지역 농장과 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보물”이라며 “천안이 가지고 있는 보물이 많은데 그동안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욱 천안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발표자료.


    이날 행사를 기획한 구자인 충남마을마을기지원센터장은 “농촌 문제를 스스로 풀기 어려운 상황은 명확하기 때문에 도시와 연계성을 찾아야 한다”며 “같은 시군 내 도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조직화되어서 주변 농촌마을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중소규모 지역 생협, 로컬푸드, 친환경학교급식, 농촌마을 노인복지 등도 같은 지역 도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도시민들이 백 번 양보해야”

     

    특히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위해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 형성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구 센터장은 “도농상생이라는 이름으로 농촌 주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희생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이 많다”고 지적했다. ‘농촌관광’, ‘농촌체험’ 등 도시민들이 소비자라는 이유로 농촌에 돈을 지불하고 지나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농촌이 피폐해지고 농민의 삶이 힘들어진 것은 결국 ‘도시와 공업’을 중시한 정책의 책임이 큽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농촌 주민들의 책임이라 볼 수 없습니다. 이제는 도시민들이 백 번 양보해야 합니다.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이 죄송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농촌 살리기에 도시민들이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농교류’ 대신 ‘농도교류’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지역 내에서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가 대등하게 관계 맺는 일은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와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충남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농촌 마을의 도농교류와 농촌체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9월 23일 청양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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