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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민이 오해하기 쉬운 귀농귀촌 5가지 쟁점
    농업농촌 2016. 11. 24. 09:37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⑧-서천편>귀농귀촌, 마을과 더불어 가는 길

     

    도시를 떠나 농촌에 산다는 것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문화가 전혀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귀농귀촌할 때 ‘이사’보다, 다른 나라로 옮겨가서 살 때 주로 사용하는 ‘이주’라는 말을 쓴다. 농촌에서 귀농귀촌인들을 ‘이주민’이라고 부른다.

     

    국내든 국외든 ‘이주민’은 문화적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토박이 주민들과 귀농귀촌인의 갈등은 종종 이런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농촌 문화가 형성된 배경을 이주민들이 제대로 몰라서 생기는 오해가 많다.

     

    귀농귀촌인, 토박이주민, 관련 연구자와 공무원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귀농귀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충남연구원 마을만들기지원시스템연구회는 지난달 28일 서천군에서 ‘귀농귀촌, 마을과 더불어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제8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귀농귀촌을 둘러싼 10대 쟁점 토론’이 진행됐다. 그 중에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도시민들이 오해하기 쉬운 쟁점 5가지를 추려서 정리했다. 농촌에 직접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다. 무턱대고 귀농귀촌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해 1. 마을기금 요구, 주민들의 텃세일까?

     

    귀농귀촌하면 ‘마을기금’을 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적게는 쌀 한가마니 가격에서 많게는 백만원에서 천만원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때 귀농귀촌인들은 ‘우리가 봉인가? 토박이 주민들이 텃세부리는 것 아닐까’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대화마당에서 마을기금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귀농한 지 10년이 넘은 한 참가자는 “마을 기금은 동네 분들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라며 “큰 액수가 아니라면 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마을기금 납부에 대해 도시사람들이 모르는 명분이 숨어 있다. 도시 사람들도 그 명분을 이해한다면 기꺼이 낼 수 있지 않을까? 적정한 수준에서 말이다.

     

    “마을 재산으로 잡혀 있는 부동산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회관을 정부에서 지어준다고만 알고 있지만 땅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마련합니다. 그 마을에 살아왔던 주민들의 희생봉사와 노력으로 마을 재산이 형성된 것입니다.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 이주해서 마을회관이나 도로를 이용하면 무임승차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래서 마을기금을 내는 겁니다. 다만 마을회의를 통해 마을기금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제시되어야 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오해 2. 귀농귀촌인에 대한 현금 지원은 당연한 권리일까?

     

    “이 지역은 귀농지원금 얼마나 주나요?”

     

    귀농귀촌 상담을 하다보면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많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자기가 좋아서 시골에 가는데 왜 돈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정책이 국민을 거지로 만든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기존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소외감을 갖게 한다. 한 참석자는 “귀농귀촌인에게 집수리비 500만 원을 준다니까, 낡은 집에서 혼자 사시는 노인 분들 중에 ‘그럼 이사 갔다가 들어와야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귀농귀촌인의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금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원금은 필요하지만 귀농귀촌인에 대한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것은 경계하고, 마을에 도움이 되는 귀농귀촌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정리됐다.

     

    “아무나 지원하면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마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도와줘야 합니다. 젊은 층이 거주하면서 마을 일을 한다면, 선정 과정을 거쳐서 직접 지원해야죠.”


     

    오해 3. 빈집과 땅값 정보 제공이 항상 옳을까?

     

    귀농귀촌을 준비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살아갈 집과 농사지을 땅을 구하는 일이다. 농촌 사정을 잘 모르고 땅을 샀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서 사면 시세보다 20% 이상 바가지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귀농하려던 사람이 속아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산거에요. 팔려고 했는데 당연히 안 팔리죠. 그러더니 다른 귀농자에게 다시 되팔더군요. 귀농인 사이에 그런 말도 있어요. 모르는 귀농인이 파는 땅은 사지 말라고.”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몇몇 지자체에서 빈집과 땅값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정보와 다른 경우가 많다. 사실 농촌의 부동산 가격이라는 것이 아침, 저녁으로 달라진다.

     

    “땅 판다고 내놨다가 귀농귀촌인들이 물어보고 가면 틀림없이 값이 올라가요. 그리고 마을 주민들 입장에서 듣도 보도 못한 사람에게 땅을 파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날 대화마당에 참석한 귀농귀촌인들은 전세, 월(연)세 등의 방식으로 몇 년 살아보다가 집이나 땅을 사는 것이 좋다는 조언했다.

     

    “주민들도 싹수를 보는 거죠. 이 사람이 마을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시골 가격으로 땅값이 떨어집니다.”

     

    임대 방식으로 마을에 살면서 인심을 얻으면 주민들이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집과 땅 알려준다는 것이다. 결국 그 마을에 절실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 땅이 전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오해 4. 마을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한 분은 마을에 이사 와서 오래 사셨는데, 마을 행사나 회의에 전혀 참석을 안 해요. 오래 사셨지만 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한 분은 주말만 내려오시는데 회의나 행사 일정이 맞으면 참석하고 도움도 주니까 마을 사람이라고 보는 거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마을 주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마당에 참석한 한 마을 이장의 말이다. 농촌 주민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품앗이와 상호부조가 농촌의 작동 원리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그 마을에 거주해도 주민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농촌의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회의나 행사 불참하는 것만으로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농사를 짓지 않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낮 시간에 열리는 마을행사에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해 5. 꼭 농촌마을 안에 들어와서 살아야할까?

     

    이 주제와 관련해서 대화마당에서 던진 쟁점은 ‘읍 소재지와 같은 마을 밖에 살아야 할 귀농귀촌인이 더 많다’라는 내용이었다. 농촌 마을에서 도시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귀농귀촌인은 차라리 읍면 소재지에 사는 것이 갈등도 줄이고 더 맞지 않겠냐는 고민이 담겨 있다.

     

    “시골 특유의 간섭이 싫은 사람들은 읍내에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꼭 마을에 들어와서 살기보다 아파트에 살면서 텃밭을 가꿔도 귀촌이 되지 않겠어요?”

     

    읍면 소재지에서 살면서 농업과 농촌을 이해한 다음에 마을에 들어오면 마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밖에 이날 대화마당에서 토론된 쟁점은 ‘농촌 마을 땅은 반드시 이장을 통해 거래돼야 하는가?’ ‘정책 대상에서 귀향인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가’ 등 5가지가 더 있다. 이날 대화마당을 개최한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10대 쟁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cnmaeul.net/220869190858)에서 나머지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설문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쟁점토론 외에도 ‘서천군의 마을만들기와 귀농귀촌 동향’과 ‘귀농귀촌과 농촌 마을만들기’라는 주제로 발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충남에서 고령화 비율과 독거노인 가구가 가장 많은 서천군 마산면에 위치한 문화활력소에서 열렸다.

     

    이번 대화마당에서 다룬 귀농귀촌 쟁점토론은 농촌마을 주민들 입장이 많이 담겨 있다. 마을주민 입장에서 귀농귀촌을 다룬 내용을 접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토론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화마당 주체처럼 ‘귀농귀촌과 마을이 더불어 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농촌도 변해야 한다. 2015 전국마을선언은 농촌사회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을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결혼, 직업, 노동 등의 이유로 이주민들이 마을에 정착한다.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우리 문화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다양한 문화)’가 용인되어야 한다. 나아가 오히려 다문화 사회가 지역과 마을 발전에 다양성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2015 전국마을선언 초안, 제45절)

     

    다음 제9차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오는 25일 ‘농어촌 마을의 자원과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주제로 태안군 만대마을에서 열린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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