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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5)-협력을 촉진하는 집단 방정식
    독서방 2016. 2. 4. 19:12


    이기적 인간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기 시작했다.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단 내에서 도덕(예를 들어 배신행위를 하지 말라)을 만들어왔다. 도덕은 집단을 공고히 한다. 도덕이 생존에 필요한 도구라는 점에서 연재 첫번째 글에서 제기한 ‘도덕은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오해는 이미 풀린 셈이다. 생존은 밥 먹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시점에서 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켜 보자. 집단의 공동 약속이 도덕이라는 점에서, 이 논의는 집단을 기반으로 한다. 협력을 촉진시키는 집단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자 노왁이 정리해 놓은 ‘집단 방정식’이 필요하다. 나의 생계(생존)를 책임져주는 회사가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 연재의 제목인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


    노왁은 이번에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협력자와 배신자가 무한 반복으로 만나면서 진화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협력이 진화하는 형태를 수학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수학이 현실 집단에 적용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기도 한다. 먼저 협력이 활발한 집단의 구성원 수는 몇 명일까? 관련 실험 결과 b/c>k(편익/비용>이웃의 평균 숫자)라는 조건을 만족하면 집단 내에 협력자가 배신자의 숫자보다 많아진다는 규칙을 얻었다. 즉, 편익/비용 비율이 이웃하는 평균 숫자보다 커야 협력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협력에 대한 편익(이하 비용대비)의 크기가 집단 구성원의 숫자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집단의 크기가 작을수록 협력이 활발해 진다. 구성원 숫자가 적다면 편익이 작아도 협력이 일어나기 쉽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에서도 3~4명의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력의 편익이 큰 프로젝트라면 다소 많은 구성원이 팀을 이뤄도 된다. 대신 협력의 편익이 작은데도 구성원이 많은 팀이라면 배신자가 많아져 협력을 해친다. 현실에서 당연한 이치다.



    노왁은 인간이 유동적으로 여러 집단을 오가는 상황에서 협력이 활성화되는 규칙도 분석해봤다. 현실사회에서 우리는 동문회, 동호회, 회사 등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고 관심과 취향에 따라 집단 사이를 이동한다(마음에 들지 않으면 탈퇴하거나 이직하는 방식으로). 노왁의 동료가 넉 달 만에 “거대한 괴물” 모양의 수식으로 도출한 결론은 이렇다. 적절한 이동성이 보장되고, 소속된 집단이 많을수록 협력자에게 유리하다. 소속된 집단이 많다는 것은 협력자가 배신자를 피해 선택할 수 있는 집단이 많다는 뜻이다. 이동성이 낮으면 협력자가 새 집단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배신자에게 착취당했다. 이동성이 높으면 협력적 집단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적절한 이동성이 주어지면 자연선택에 따라 협력하는 집단에는 더 많은 협력자가 모여들게 되고, 배신자가 있는 집단은 새로운 구성원을 모으지 못해 결국 사라지게 된다. 진화는 이기적인 배신보다 협력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덕이라고 할 만한 처벌과 보상은 협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처벌과 보상 모두 비용이 발생한다. 회사 내에서 나태하거나 해를 끼치는 직원을 적발해내기 위해 감시체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 처벌에도 분명히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처벌은 전체 파이를 깎아먹고, 보상은 창조성을 자극해 전체 파이를 키웠다. 노왁은 10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상호 처벌, 배신, 협력을 선택하는 게임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처벌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6명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가장 잦은 처벌을 사용한 사람들이 성적이 가장 나빴다. 이를 두고 노왁은 “승자는 처벌하지 않고 패자는 처벌한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처벌하라, 그러면 망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 가지 팁을 더 정리하자면, 혁신이 발생하기 쉬운 집단의 구조도 수학적으로 증명됐다. 노왁에 따르면 월드와이드웹(WWW)과 같은 ‘별 모양’과, 어떤 구성원이 세 명과 연결되고 이 세 명이 각각 아홉 명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확산되는 ‘깔때기 모양’의 집단이 혁신에 유리하다. “이러한 집단 구조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결코 사장되는 법이 없다”고 노왁은 단정한다. 반면 소수의 상층이 다수의 하층에 영향을 주는 ‘위계 조직 구조’에서는 혁신이 일어나도 집단 내에 퍼지지 않고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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