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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6.끝)-혁신은 협력에서 나온다
    독서방 2016. 2. 10. 15:51


    지금까지 자연과학적(진화론적) 입장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도덕의 의미를 살펴봤다.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선택된 존재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식물과 동물들도 자연에 의해 선택됐다. 진화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몸과 행동 역시, 다른 동물처럼 진화의 결과물이다. 동물과 구분되는 도덕과 같은 문화도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은 도덕을 체계화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인간은 진화적으로 내재된 도덕적 직관에 따라 상황을 판단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존’이었다. 진화라는 생존게임을 반복하면서 도덕적 직관을 얻었다. 생존하기 위해 협력했고 집단을 이뤘으며, 집단 내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도덕을 발전시켜왔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도덕이 꼭 필요했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이것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본 도덕의 가치다. 이러한 도덕은 따분하지 않고 생동감이 넘치며, 집단 내에 있는 사람을 배불리게 한다. 즉, 도덕이 밥 먹여 준다.

     

    ‘도덕이 밥 먹여 주냐’며 경제살리기를 외치는 대통령을 뽑았지만 17대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 경제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15대, 16대에는 4% 수준이었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실패로 국고는 낭비됐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민정권 이후,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부정부패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 20년간 인구 10만 명당 연평균 부패 사건은 24.9건이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31.3건으로 치솟았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사회에서 협력자보다 배신자가 활개를 친다. 배신자에 대한 감시 비용이 사회의 전체적인 부를 갉아먹는다. 서로를 못 믿는 사회에서 협력은 쇠퇴하고 전체 파이를 키울 혁신도 일어나기 어렵다. 협력이 없는 공간에서는 혁신이 발생하더라도 확산되지 않고 사그라지기 쉽다. 이런 사회에서 협력과 혁신에 공들이기보다 남 등쳐먹고 사는 것이 생존(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을 더욱 높인다. 하지만 집단 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등쳐먹고 살고자 한다면, 그 집단은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다. 공유지의 비극이다. 푸른 초원의 공유지에 많은 사람이 소를 풀어놓고, 어느 누구도 풀을 보존하거나 더욱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남보다 더 많은 풀을 먹이려 하다보면 목초지는 결국 황폐화되고 언젠가 소는 굶어죽고 만다. 그 결과를 알면서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집단을 쇠퇴의 길로 이끈다.



    기나긴 생명의 탄생 과정은 협력과 혁신의 연속이었다. 단세포동물들이 협력해 다세포동물이 탄생하고 각각의 세포가 사람의 뇌를 이룬 것은 분명 혁신이다. 노왁의 말대로 혁신을 만드는 진화의 창조성은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집단은 협력을 담는 그릇과 같다. 도덕은 집단이라는 그릇을 둘러싼 완충제 역할을 한다. 엉성한 완충제에 담긴 집단은 잘 깨지고, 조밀한 완충제에 싸인 집단은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협력이 활발한 집단이 배신자로 가득 찬 집단에 대해 승리해왔다. 도덕은 배신자보다 협력자를 양성한다. 협력자가 많아야 혁신적 가치가 집단 내에서 확산되기 쉽다. 이러한 혁신이 회사를 먹여 살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일 점은 협력을 통해 나타나는 이타심은 집단 내부로만 향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하이트는 이타심이라는 말 대신 ‘이집단성’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은 생존을 책임져줄 소속된 집단을 위해서만 협력하고 이타심을 발휘해왔다. 이러한 이집단성은 집단 간 투쟁, 종교 간 갈등, 국가 간 전쟁이라는 암울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구의 환경문제 역시 속 좁은 집단적 이기심으로는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등의 문제에 대해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연재 글에서 언급한 ‘지구 건너편의 굶주린 아이를 위해 기부하는 당신’은 지구별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이 글에서 자주 인용한 세 명의 학자 김웅진, 조너선 하이트, 마틴 노왁 모두 우리가 진화적 통찰을 통해 이기적인 존재라는 아집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도덕과 협력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별을 구하길 갈망하고 있다. 협력이 넘치는 당신의 회사가 지구별을 구하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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