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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복 선생님이 전한 삶에 대한 9가지 교훈
    독서방 2016. 2. 20. 21:36


    -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에서 발췌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우연한 계기에 고 신영복 선생님의 책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를 다시 읽게 됐습니다. 최근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서 책을 다시 꺼낸 것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책을 추천해 선물하다가, 그 친구가 이 책은 어렵겠다며 두고 간 것이 인연으로 다시 이어졌습니다. 10여 년 전, 저도 이 책을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른 새벽, 식은 방을 데우기 위해 나무에 불을 살리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정신이 가장 맑을 때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읽어 나갔습니다. 줄을 긋고 메모하며 되새겼습니다. 동양고전의 한 구절 한 구절,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혔습니다. 12년 전에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 선생님이 돌아가신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유효할 내용입니다. 2500여 년 전의 인간 세상에 대한 교훈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 2500년 이후에도 울림을 줄 것입니다.


    이 책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며, 글을 쓰면서 인용할 만한 문구들의 보고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은 구절을 정리했습니다. 몇몇 구절로 신영복 선생님의 ‘관계론’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동기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 내용 그대로를 발췌하고,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제 생각은(할 말은 많지만)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법처럼 읽는 분들이 "함의를 직접 읽어내기 바랍니다."

     

     

    1. '70%의 자리'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합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70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받는 자리에 앉을 경우 그 부족한 30을 무엇으로 채우겠습니까?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잘못된 사람이 차지하고 앉아서 나라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 3장.『주역』의 관계론 p.101


    2. 생각 思는 ‘밭의 마음’

     

    ‘학(學)하되 사(思)하지 않으면 어둡고, 사(思)하되 학(學)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일반적으로 학(學)은 배움이나 이론적 탐구라는 의미로 통용됩니다. 그런데 사(思)를 생각 또는 사색으로 읽을 경우 학과 사가 대를 이루지 못합니다. 사는 생각이나 사색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경험적 사고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자의 구성도 ‘전田+심心’입니다. 밭의 마음입니다. 밭의 마음이 곧 사思입니다. 밭이란 노동하는 곳입니다. 실천의 현장입니다.

    - 4장. 『논어』, 인관관계론의 보고 p.179


    3. ‘여민동락’과 공감

     

    ‘현자라야 즐길 수 있다’

    “현자는 여민동락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즐거움이란 여럿이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오늘날 행복의 조건 즉 낙(樂)의 조건은 기본적으로 독락(獨樂)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정서의 만족을 낙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이 얼마나 한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공감이 감동의 절정은 못 된다고 하더라도 동류(同類)라는 안도감과 동감(同感)이라는 편안함은 그 정서의 구원함에 있어서 순간의 감동보다는 훨씬 오래가는 것이지요.”

    - 5장. 맹자의 의 p. 219


    4. 무언과 불간섭


    '성인은 무위의 방식으로 일하고 무언으로 가르쳐야 한다.

    만물은 (스스로) 자라나는 법이며 간섭할 필요가 없다.

    생육했더라도 자기 것으로 소유해서는 안 되며

    자기가 했더라도 뽐내지 않으며

    공을 세웠더라도 그 공로를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

    무릇 공로를 차지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 공이 사라지지 않는다.'

    『노자』제2장


    “‘백성개위 아자연’. 백성들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임금을 믿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인 것이지요. 무언과 불간섭은 노자 철학의 전제입니다. 공을 세우고 일을 성취했더라도 그 공로를 차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그 공로를 이야기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라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백성개위 아자연’, 즉 모든 성취는 백성들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믿게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6장. 노자의 도와 자연 p.276, 296


    5. 바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은 바다입니다. 낮기 때문에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바다’입니다. 큰 강이든 작은 실개천이든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임으로써 그 큼을 이룩하는 것이지요. ‘노자’ 제66장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을 더 낮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노자의 물은 민초들의 정치학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실천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변혁 역량은 대단히 취약합니다. 연대야말로 당면의 실천적 과제인 것이지요. 진정한 연대란 다름 아닌 ‘노자의 물’입니다. 하방연대입니다. 낮은 곳으로 지향하는 연대입니다. 노동.교육.농민.환경.의료.시민 등 각 부문 운동이 각자의 존재성을 키우려는 존재론적 의지 대신에 보다 약하고 뒤처진 부문과 연대해 나가는 하방 연대 방식이 역량의 진정한 결집 방법이라고 생각하지요.”

    - 6장. 노자의 도와 자연 p.289~290


    6. 절용

     

    “절용은 물건을 아껴 쓰는 검소함입니다. 절용은 밖에서 땅을 빼앗아 나라의 부를 늘리는 대신 쓸데없는 비용을 줄여서 두 배로 늘리는 것입니다. 재물의 사용에 낭비가 없게 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8장.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p.389


    7. 법 지상주의

     

    “법 지상주의의 선언입니다. 법치는 먼저 귀족, 지자, 용자 등 법외자에 대한 규제로 나타납니다.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사회적 강자들에 대한 규제에서 시작합니다. 주나라 이례로 규제 방식에는 예와 형이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었습니다. 공경대부와 같은 귀족들은 예로 다스리고, 서민들은 형으로 다스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는 서민들에게까지 내려가지 않고, 형은 대부에게까지 올라가지 않는다(예불하서인 형불상대부).’ 그러나 오늘날 역시 지배계층이 법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야 합니다. 입법과 사법을 동시에 장악하고, 금(金)과 권(權)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요. 대부는 예로 다스리고 서민은 형으로 다스린다는 과거의 관행이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장. 법가와 천하 통일 p.442


    8. 망국의 일곱 가지 징표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영지는 크고,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면 나라는 망한다. 법령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써 일을 처리하거나, 나라를 황폐한 채로 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망한다. 신하들이 공리동담을 좇고, 대부의 자제들이 변론을 일삼으며, 상인들이 그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고, 백성들이 곤궁하면 나라는 망한다. 궁전과 누각과 정원을 꾸미고, 수레.의복.가구들을 호사스럽게 하며, 백성들을 피폐하게 하고 재화를 낭비하면 나라는 망한다. 날짜를 받아 귀신을 섬기고, 점괘를 믿으며 제사를 좋아하면 나라는 망한다.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만 따르고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한 사람만을 요직에 앉히면 나라는 망한다.'

    『한비자』 망징편

     

    "어떻습니까? 이 망징편에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역조명할 수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10장. 법가와 천하 통일 p.449

     

    9. 창신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창신의 자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모든 지적 관심은 우리의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실천적 과제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창신이 어려운 까닭은 그 창신의 실천 현장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리의 선택 이전에 주어진 것이며 충분히 낡은 것입니다. 현실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요. 과거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현실을 창신의 터전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창신은 결과적으로 ‘온고창신’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곡선의 형태로 수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교조와 우상을 과감히 타파하는 동시에 현실과 전통을 발견하고 계승하는 부단한 자기 성찰의 자세와 상생의 정서를 요구하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11장. 강의를 마치며 p.5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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