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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에 걸린 솔이엄마, 육아는 어떡하지?
    육아일기 2016. 2. 23. 15:55


    최근에 솔이엄마가 독감에 걸렸다.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한다더니,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고 앓아 누웠다.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 감기가 요즘 유행이다. 거기다 꽤 센놈이다. 나도 일주일 전쯤에 같은 증상을 앓았다. 하루는 기침 때문에 밤새 잠도 못잤다. 그때 솔이엄마랑 솔이가 시골에 내려가 있어서 다행히 9개월된 솔이에게 감기가 옮진 않았다. 이제 좀 나았나 싶었더니 이제는 솔이엄마가 감기 때문에 고생이다.

     

    감기가 걸린 솔이엄마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음식을 했다. 어제 감기 몸살에다 솔이를 혼자 보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챙겨 먹었단다. 아픈데 밥이라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서러운 법이다. 오래 자취생활을 해 본 나는 잘 안다. 일단 아침으로 조개를 넣고 된장국을 끓였다. 김치만 넣은 담백한 김치볶음밥도 뚝딱 만들었다. 혼자 점심을 챙겨먹어야 하는 솔이엄마를 생각해서 점심메뉴로 매운탕도 푸짐하게 끓여놨다. 다행히 얼마전에 시골에서 보내준 싱싱한 '밀지(보리밀)'라는 생선이 냉동실에 있었다. 꽁치처럼 생겼지만 흰살 생선이다. 솔이엄마는 내가 끓여준 매운탕을 참 좋아한다.

    "오늘 밥맛도 없었는데, 여보가 차려 준 메운탕 덕분에 겨우 챙겨 먹었어."

    오랜만에 남편 노릇에 뿌듯했다.

     

     

     

     -> 혼자서 밥주걱 가지고 놀고 있는 솔이.

     

    그런데 솔이가 걱정이다. 연신 기침을 해대는 엄마와 하루종일 지내야 하니 어린 아기가 감기에 안 걸리고는 못 배긴다. 거기다 솔이는 아토피를 앓아서 면역력도 약한 편이다. (솔이엄마는 솔이가 아토피를 앓고 이겨냈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솔이엄마에게 감기약이라도 지어줄까 하고 물어봤지만 모유수유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단다. 순영이(솔이엄마)는 결혼하기 전부터 감기약은 절대 입에 안댔다. 솔이가 감기에 걸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몸살에 엄마는 누워 있고 솔이는 이리 저리 기어다니며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몸은 직장에 있었지만, 머리 속은 집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이 눈에 선했다. 도시에서 혼자서 육아해야 하는 어려움이 비로소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몸이 아파도 혼자서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도시육아!!! 이럴 때 옆에 또래 엄마라도 있었으면... 할머니나 친척들이라도 근처에 있었다면... 다른 엄마들은 몸이 아플 때마다 육아를 어떻게 할까... 이런 저런 생각과 궁금증이 떠올랐다.

     

    오늘도 저녁 일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왔다. 다행히 솔이엄마도 기운이 있어 보인다.(내 매운탕 덕분인가?) 솔이는 콧물을 조금씩 찔끔거리진만 여전히 온방을 휘집고 다니면서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잘 버텨주는 솔이가 참 고맙다. 며칠 전부터 솔이에게 감잎차를 먹였던 것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솔이엄마도 어제부터 생강 우린 차를 마셨더니 목 아픈 건 많이 괜찮아 졌단다.

     

    우리 가족은 감기를 앓으면서 도시육아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꼈다. 우리 집의 감기는 이렇게 떠나가고 있었지만,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솔이엄마의 마음은 시골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 폐쇄된 예전 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 (작성일 : 200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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