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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동네 마실 가자"
    떠나기 2016. 3. 28. 15:36

    - 둘째와 무작정 걸은 우리 동네 마실길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충남의 내포문화숲길 등 전국에는 유명한 길들이 많습니다. 저도 여행을 다니며 이곳 저곳 유명한 길들을 걸어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마을길은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홍성군 금마면 장성리로 귀촌한지 6년째, 처음으로 마을길을 무작정 걸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을길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올해 2학년이 된 첫째 호연이가 동네 누나집에 놀러간다길래 둘째와 함께 따라나선 길이었습니다. 다섯살 둘째 호승이와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마을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언제 한번 차로 지나다 본 신기한 돌이 있는 곳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고인돌 같아서 눈여겨 본 곳이죠. 마을 민가 옆 밭두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작은 돌 위에 수십만년은 된 것 같은 검은 돌이 올려져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고인돌이 있어서 군청에서 관리도 한다'는 이야기를 동네주민에게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호승이에게 옛날에 사람이 죽으면 묻고 큰 돌을 올렸다는 상세한 설명까지 해주었지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고인돌이 아니라는 군요. 예전에 장성리에 살았던 페이스북 친구분이 "그 고인돌처럼 보이는 바위는 1970년대에 조사팀이 파견돼 조사한 결과 고인돌이 아니라고 밝혀졌다고 합니다. 어릴적 그 돌 위에서 많이 놀았었는데..."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돌 위에서 미끄럼 타고 싶다는 호승이를 말렸는데, 고인돌이 아닌 줄 알았다면 그냥 놀게 해줄 걸 그랬습니다. 정확하게 고인돌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홍성군청 문화재 담당 공무원에게 한번 물어봐야 겠습니다.  



    고인돌같이 생겼지만 고인돌이 아니라는 돌이 있는 밭을 지나 언덕길을 내려갑니다. 아직 아침 바람이 차가워 대부분의 밭은 흙색이지만 보리밭만 유독 푸릅니다. 언덕을 내려가니 다른 마을로 이어집니다.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장곡리 옆에 붙어 있는 신곡리였습니다. 


    집에서 멀어지고 새로운 길을 걷다보니 둘째 호승이는 아빠와 함께 걸어도 두려운가 봅니다. 왔던 길을 돌아가자는 아이를 업기도 하고 목말도 태우며 시골길을 걷습니다. 논두렁 위에서 담소를 나누시던 옆마을 어르신들이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우리는 마을 곳곳이 신기한데, 마을 어르신들은 어린 아이가 마을길을 걷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내 방향감각만 믿고 걷다보니 다시 우리 마을이 나옵니다. 호승이의 환한 얼굴에서도 안도감이 묻어납니다. 지나는 길에 소를 만났습니다. 축산지역인 홍성군에 큰 우사가 많지만, 몇마리의 소와 송아지가 살고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우사였습니다. 소똥냄새는 하나도 나지 않더군요. 소들도 어린아이가 신기한지 큰 눈을 깜박입니다. 호승이도 가까이서 보는 소가 신기한가 봅니다.

     

    우리 마을로 접어들었지만 또 새로운 골목길이 나옵니다. 아주 오래된 큰 대문이 줄지어 있는 길입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동안 마을길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한 시간 남짓 걸었는데, 호승이는 아빠와 함께 이것저것 보고 만지며 보내는 시간이 좋았나 봅니다. 다음 주말에는 아내와 첫째 호연이에게도 우리동네 마실길을 소개해줘야 겠습니다. 


    "여보, 얘들아, 동네 마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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