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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씨의 시골일기<6> 빈집, 그곳엔 지나온 삶이 새겨져 있었다.시골이야기 2016. 7. 18. 10:00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빈집들이 눈에 띈다. 우리 집 앞에도 두 채의 빈집이 있고 뒤에도 한 채의 빈집이 있다. 우리 집에 놀러오는 지인들은 종종 이런 빈집을 탐내곤 했다. 우리도 빈집에 누군가 들어와 이웃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빈집에 대한 문의는 많은데 주인이 빌려주지도 팔지도 않는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만나지도 못한 빈집 주인을 속으로 원망하기도 했다.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몇 년 만 방치하면 나무가 지붕보다 높이 자라고 풀이 자라 집의 형체가 사라진다. 지붕과 집 안 곳곳이 부식되기 시작한다. 결국 폐가가 되어 거미줄로 채워진 귀신의 집을 닮아간다. 아이들도 빈집에 들어가면 온갖 상상에 까무러치면서 뛰쳐나온다. 해가 지는 밤에는 근처도 안 가려고 한다.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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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씨의 시골이야기<5>아이의 일은 재미있는 삶의 놀이시골이야기 2016. 7. 4. 12:19
가끔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 나들이라도 가게 되면 긴장하고 예민해진다. 아이의 움직이는 발걸음이 밑에 층에 울릴까봐,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옆집에 새나가지 않나 두려워한다. 아파트 안에서는 아이들의 놀이도 장난감이나 TV, 스마트폰으로 소란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한해버린다. 아이들을 조용히 가두고 집안일은 모두 엄마나, 아빠의 몫이 된다. 시골은 농사를 짓든 짓지 않던 도시보다 할 일이 많다. 특히 100여 평의 텃밭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는 심심할 틈이 없다. 내가 텃밭이나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관심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하며 쉬고 있을 때는 아이들은 “놀아줘~”하며 보채지만, 몸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 함께 거들던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자기놀이를 시작한다. 5살 둘째 아들은 내 모든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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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위한 예산, 주민에게 물어보라"지역소식 2016. 6. 30. 16:46
2016년 홍성군 주민참여 예산학교, 오관영 이사 강연2011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 되면서 각 시군별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서 실천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많지 않습니다. 주민참여라는 거버넌스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지요.주민참여예산제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홍성군은 지난 30일 공무원과 주민참여예산위원,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산학교를 열었습니다. 이날 홍성군청 대강당에서 열린 예산학교에서 오관영 좋은예산센터 상임이사가 '참여예산의 이해와 운영사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예산 전문가나 공무원이 아닌 시민단체 활동가의 강연이라 행정보다는 주민의 시각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 상임이사는 관선에서 민선으로 바뀐 지방행정 패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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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씨의 시골일기<4> 시골의 ‘장마’ 맞이시골이야기 2016. 6. 30. 10:12
마음을 애태우던 비가 내린다. 그동안 마른 땅에 간신히 버티던 고구마가 몸살을 앓고 이제야 뿌리를 흙속에 잘 안착할 듯하다. 장마예보가 시작될 때부터 시골에서는 준비할 것이 많다. 논밭을 살펴야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텃밭농사정도만 짓는 우리는 집안과 밖을 이리저리 살펴야 한다. ▲ 비를 맞는 고구마 홍성으로 귀촌한 첫해 아무 생각 없이 장마를 맞아 난처했던 상황이 떠오른다. 화장실 변기물이 어느 순간부터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냈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서비스 직원을 불러 확인했다. 서비스 직원은 변기를 들어내야 한다고 하고 견적이 많이 나올 거라 했다. 견적이 부담스러워 차일피일 미루다가 동네 아저씨에게 변기물이 잘 안내려간다고 얘기하니 정화조 옆에 구멍을 찾아보자 말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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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간 칸막이, 리더가 뭉쳐 걷어낸다농업농촌 2016. 6. 28. 14:43
[충남도 마을만들기 대화마당④ 예산군 편] 마을과 마을의 연대 “잘 아시다시피 농촌 마을은 사람도 너무 적고, 어르신들이 중심입니다. 하나의 마을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을의 부족한 힘은 서로가 힘을 합칠 때 더욱 강해지는 셈입니다.”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구자인 박사는 지난 24일 제4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에서 ‘마을과 마을의 연대, 마을협의회’를 주제로 던졌다. ▶ 지난 24일 예산군 행복마을지원센터에서 제4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열렸다. 작은 농촌 마을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지원해도 마을이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마을에 수천, 수억 원의 마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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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 지역 활동가들의 문당리 야유회농업농촌 2016. 6. 25. 13:03
단체 실무자의 소통 창구 ‘달모임’ 홍동 지역단체의 젊은 활동가들이 지난 24일 홍동면 문당리에 모였습니다. 지역의 젊은 활동가들끼리 다양한 놀이와 술자리를 통해 친밀감을 더욱 높여보자는 취지에 야유회를 연 겁니다. 홍동 문당권역에서 공간을 선뜻 마련해주고, 홍동의 로컬푸드 식당인 ‘행복나누기’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네마실방 뜰’에서 맛있는 음식을 후원하고 이날 야유회에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역시 홍동에 있는 할머니장터조합에서 김밥을 샀는데, 마을에 젊은 친구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김밥과 오이장아찌를 덤으로 주셨습니다. 내리는 비 때문에 준비했던 운동경기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몸과 그림으로 단어와 속담을 설명해서 정답을 맞히는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당권역 찜질방 거실로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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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순환농법으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꿈꾼다농업농촌 2016. 6. 24. 14:31
소규모 농가들의 든든한 벗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점심 때 생미식당에서 만날까요?”홍성유기농영농조합(이하 홍성유기농) 정상진 대표(46)를 만나기 위해 홍성군 장곡면에 있는 한 로컬푸드 레스토랑에 도착했습니다. 시골 마을의 한적한 식당을 상상했는데, 정오가 되기 전부터 식당은 북적입니다. 넓은 마당 주차장은 차들로 이미 가득 찼습니다. 식당 현관 앞에 손님들이 벗어놓은 신발들로 문을 닫기조차 벅찰 지경입니다. 홀에 앉은 손님들은 서로 반가운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눕니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거나 일을 하던 주민들은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나 봅니다. 마을을 순찰하던 경찰관도 점심을 먹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 홍성유기농이 운영하는 ‘생미식당’ 현관문. 논밭에서 일하다 온 손님들의 신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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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씨의 시골일기<3> 시골의 달밤시골이야기 2016. 6. 14. 16:17
서울에 살다가 귀촌하면서 밤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인위적인 조명 때문에 환한 밤에 장을 보러가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도 밤늦게까지 이어집니다. 자연스레 늦게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어둑해지는 밤이면 밖을 나설 수 없고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일찍 잠을 청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밤이 짧은 날에는 해가 뜨면 자연스레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귀촌하면서는 밤이 어둡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인위적인 조명이나 소음 없는 밤은 처음 귀촌살이 할 때 굉장히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의 정체를 몰라 숨 죽이며 귀를 곤두세웠던 적도 있습니다. 길고양이거나 고라니의 발자국 소리였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발자국 소리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해가 진다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