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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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추사고택으로 막바지 가을나들이떠나기 2016. 11. 23. 14:16
마지막 가을햇살을 즐기기 위해 인근에 있는 충남 예산군 추사고택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고택은 가을과 참 잘 어울리지요. 추사고택은 1700년대 중반에 건립한 53칸 규모의 대갓집입니다. 추사 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나 성장한 곳이라고 합니다. 안채에서 해설사 분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일대기를 들었습니다.김한신이라는 추사의 증조부가 조선왕 영조의 사위였다고 합니다. 왕족인 셈이죠. 이 추사고택도 증조부 때 건립됐습니다. 사랑채를 지나 안채로 들어섰습니다. 집안 곳곳에 추사 선생의 글귀가 남아 있습니다. 그중 '대팽두부과강채 고희부처아녀손'이라는 글귀의 사연이 기억에 남네요.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가장 훌륭한 모임은 부부, 아들딸, 손자의 모임이다.'라는 뜻인데요. 평범한 뜻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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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길거리 사물놀이 공연기 4>파리를 떠나 암스테르담으로떠나기 2016. 4. 19. 11:22
2003년 6월부터 7월, 한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사물놀이 악기를 들고 유럽 각국의 거리를 누볐습니다. 그때 내나이 스물 셋. 군을 제대한 지 얼마 안된 겁없는 나이였습니다. 당시 기록해 두었던 여행기를 한편씩 올립니다. 23시 16분. 네델란드 암스텔담으로 떠나는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들어선 파리 북역은 제각기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는 그 낯설음때문에 한참동안이나 모퉁이에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지금까지 한국인 민박을 하는 동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어려움없이 파리 여행을 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찾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갑자기 멍해져 온다. 무엇을 먼저 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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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길거리 사물놀이 공연 3>파리에서 만난 예술가-아니타떠나기 2016. 4. 19. 11:18
2003년 6월부터 7월, 한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사물놀이 악기를 들고 유럽 각국의 거리를 누볐습니다. 그때 내나이 스물 셋. 군을 제대한 지 얼마 안된 겁없는 나이였습니다. 여행 당시 기록해 두었던 여행기를 한편씩 올립니다. Rivoli 거리 59번가 중세시대의 웅장한 건물들과 오래된 저택들이 즐비한 파리시내 한복판에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건물이 한 채 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파리의 미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59번가 건물은 괴귀한 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아니타의 초대를 받았다. 우리가 아니타를 처음 만난 건 파리에서 첫공연을 할 때였다. 첫 공연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머릿속에는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더군다나 마땅한 장소를 찾아 헤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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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길거리 사물놀이 공연 2>파리 시위대와 한판 굿을 벌이다떠나기 2016. 4. 19. 11:12
2003년 6월부터 7월, 한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사물놀이 악기를 들고 유럽 각국의 거리를 누볐습니다. 그때 내나이 스물 셋. 군을 제대한 지 얼마 안된 겁없는 나이였습니다. 당시 기록해 두었던 여행기를 한편씩 올립니다. 여행은 우리를 한 시라도 가만히 놔 두질 않는다. 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듯이, 언제 어디에서 돌발할지 모르는 일들이 우리 앞에 닥치게 마련이다. 우리는 여행이 내어주는 숙제와 시험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커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런 성장의 희열때문에 고생을 감수해가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우리가 도착한 파리는 파업중이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도착한 그 날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래서 버스도 지하철도 거의 모두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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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길거리 사물놀이 공연 1>젊음. 그 ‘도전’이라는 이름으로.떠나기 2016. 4. 19. 11:09
2003년 6월부터 7월, 한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사물놀이 악기를 들고 유럽 각국의 거리를 누볐습니다. 그때 내나이 스물 셋. 군을 제대한 지 얼마 안된 겁없는 나이였습니다. 당시 기록해 두었던 여행기를 한편씩 올립니다.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대한 제 몸이 버겁기라도 한 듯이 나를 태운 비행기는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한다. 아직 이 땅에 미련이 있는 것처럼 지겹게 땅 위를 기어다니던 비행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굉음을 내며 긴 활주로를 직선을 그리며 무서운 속력으로 내달린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육지를 밀어낸다. 그 순간, 육지의 중력은 내 몸뚱아리를 잡아당겼지만, 나도 있는 힘껏 저항했다. 나를 23년 동안이나 묶어두었던 저 곳. 그 곳을 떠난다는 것.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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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 속, 지리산을 가다떠나기 2016. 4. 19. 11:05
2010. 7. 17 새벽 4시 반 구례버스터미널 3년 전 임신한 아내와 함께 앉아서 차를 기다렸던 평상에서 이 글을 쓴다. 그리움과 설레임이 교차한다. 오랜만에 여행이다. 그동안 왜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까. 내 일상이 너무 무거워져 버렸다. 나는 무거워진 일상을 비우기 위해 이렇게 떠나왔다. 여름 장마 속 지리산. 지리산도 일상에 찌든 나를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우두두둑. 굵은 장맛비가 지리산으로 향하는 여행길을 가로 막는다. '그래 쉽지는 않겠지.' 쏟아지는 빗물로 일상의 찌든 때를 씻고 지리산에 오르겠다. 힘들게 오를 수록 지리산은 나에게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는 동안 나는 기차를 타고 남하했다. 하지만 이곳도 여전히 장마권 속이다. 기차 창밖 너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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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동네 마실 가자"떠나기 2016. 3. 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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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가야산을 걸으며 삶의 출구를 찾다떠나기 2015. 10. 16. 09:36
삶이 뭔가에 가로막힌 것 같을 때, 가끔 산은 출구가 되어 줍니다. 인적 없는 산길을 홀로 걷다보면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깨닫게 됩니다. 깨닫는다기보다 내 안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겠지요.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산은 답을 찾기 참 좋은 공간입니다. 절이 도심 속이 아니라 깊은 산속에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요. 며칠 전 뭔가 턱하니 삶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 가야산을 찾았습니다. 해인사 덕분에 경남 합천에 있는 가야산이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충남 예산군과 서산시에 걸쳐 있는 가야산도 오래된 역사유적을 간직한 명산으로 꼽힙니다. 경남 가야산은 국립공원이고, 충남 가야산은 도립공원입니다. 저는 충남 가야산이 더 좋습니다. 아무리 멋진 산이라 해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