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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귀저기 빠는 아빠
    육아일기 2016. 2. 16. 11:03

    우리 솔이는 태어날 때부터 천기저귀만 써왔습니다.

    지난 설에 할아버지댁에 간다고 고속버스 탔을 때만 빼구요.

    그 때 잠깐 종이기저귀를 썼다가 잠깐 사이 엉덩이에 발진 같은 게 생기길래, 그 이후로는 절대 종이 기저귀를 안씁니다.

     

    천기저귀를 고집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우선 아빠의 육아 동참이 없는 한 절대 불가능 한 일입니다.

    엄마가 천기저귀 세탁까지 해야 한다면, 차라리 종이기저귀를 사용하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늘이는 게 더 낫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만큼 천기저귀 세탁은 힘든 일입니다.

     

    솔이엄마와 저는 솔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천귀저기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똥 귀저기를 빠는 일만큼은 내가 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사용하는 종이기저귀 양이 숲 하나는 족히 없앨 정도라니, 갓 태어난 아이에게 그런 죄를 짓게 하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뭐 우리 가족의 환경정신이 투철하기 보다, 일단 종이기저귀 값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인 이유랄까.....

     

    우리가 천기저귀를 쓴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천연 면으로 된 기저귀 20장을 선물해 줬습니다.

    이걸로는 모자를 것 같아 한복집에 가서 소창 한필을 구입했습니다.

    솔이엄마가 직접 자르고 재봉틀로 슥삭슥삭 하더니 15개의 이쁜 기저귀가 만들어졌습니다.

     

    도합 35장.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갓태어난 솔이에게 하루치도 안되더군요.

    이 녀석이 어마어마하게 싸 대더니만, 새벽에 천기저귀가 안말라 다림질 해서 쓴 적도 많았습니다.

     

    오줌기저귀는 그냥 세탁기에 넣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똥기저기는 일일이 손빨래하고 삶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초반에는 솔이가 오줌 쌀 때마다 똥을 조금씩 지려서

    똥기저귀가 더 많았지요.

     

    퇴근하고 똥기저귀 빠는 일이 제일 먼저 였습니다. 조금만 게으름 피웠다가는

    기저귀가 모자라는 사태가 올 수도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아침 저녁으로 빨아도 줄지 않던 똥 기저귀가

    솔이가 커가면서 똥 오줌도 가리고(오줌 쌀에 똥을 지리지 않는다는 뜻)

    횟수도 줄면서 지금은 3일에 두번 정도만 해도 넉넉합니다. ^^

     

    이제 똥기저귀 빠는 일은 일도 아니게 됐지요.

    요즘에 퇴근하면 아내가 똥기저귀 빨래를 자처하면서 저보고 솔이 좀 보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솔이만 봤더니 다른 일을 하고 싶다나...

     

    그러고 아내 왈 "아빠도 똥기저귀 빤다고 솔이랑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들면 안 되잖아."

     

    혹시 천기저귀와 종이기저귀를 두고 고민하는 엄마들.

    아빠에게 똥기저귀 빨래를 맡아달라고 설득해 보세요.

     

    천기저귀 쓰면 아기 피부도 좋아지고, 한달치 넉넉한 용돈도 생긴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육아를 위해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보람이지요.

     

    나중에 솔이가 말귀가 트이면 이렇게 말해 줄겁니다.

    '솔이아. 네 똥기저귀 아빠가 다 빨았단다.'

    그러면 솔이는 얼마나 고마워할까^^

     

    육아라는 건 동참할 수록 아이와 관계가 깊어지는 법!!!

     

    * 똥기저귀 빠는 법(특별한 건 없지만...)

    1. 똥기저귀만 따로 담을 들통을 마련한다.

    2. 하루 정도 되면 빨래한다(오래두면 세균이 생길수도...)

    3. 먼저 받아놓은 물에 똥찌꺼기를 씻어낸다. 이 물은 변기에 버린다.

    4. 1차 물빨래가 끝나면 비누칠을 해서 똥물(^^)을 완전히 제거 한다.

    5. 행구지 말고 바로 삶는다. 15분 정도

    (똥물이 넘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6. 삶은 빨래는 한두번 헹궈서 세탁기에 돌린다.

     

    * 폐쇄된 예전 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작성일 :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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