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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탄 예술가의 꿈이 이뤄지던 날
    지역소식 2015. 12. 9. 00:27

    지난해 여름 충남도청 '희망카페'에서 만난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희(44) 씨는 지역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모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희망카페' 점장을 맡고 있었다. 작은 몸집의 이 작가는 휠체어에 앉은 채 "장애인에게 예술활동은 치유의 과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장애인의 예술작품이 비장애인들에게도 치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장애라는 힘든 역경을 딛고 피어낸 예술에 감동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양손을 합쳐 네 손가락만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의 연주가 세계인을 감동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예술이 주는 감동은 덧난 마음을 낫게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다'

     



    이은희 작가가 꿈을 이룬 그 자리에 초청을 받았다. 지난 8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잇다' 발대식이 열렸다. 휠체어에 앉은 이들과 의자에 앉은 이들이 함께 행사장을 메웠다. 무대에는 '나와 세상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문화예술로 잇다'라고 쓴 큰 현수막이 걸렸다.

     

    '잇다' 대표를 맡은 이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소외되고 낮은 곳에서 시작돼 꽃을 피운 예술이 가장 생명력이 강하다"며 "문화예술을 융성하게 만드는 데 장애인 예술가들이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발대식을 갖기 전부터 '잇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뮤지컬팀 창단, 캘리그라피 전시회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쳐왔다. 발대식을 계기로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비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발대식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삶에 있어서 예술을 통해 '예쁘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갖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며 "잇다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 넘어 예술의 영역을 더 넓혀 지역사회를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예술 활동

     



    원광대 미술대에서 서예학을 전공한 이은희 작가는 대학 시절 뜻밖의 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었다. 붓을 놓지 않은 것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충남 홍성군이 집이지만 서울을 오가며 장애인 예술가들과 함께 활동했다. 예술활동을 통해 비장애인들 앞에 떳떳하게 나서는 그를 지역에 있는 장애인 후배들이 많이 부러워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스스로를 감추는 장애인들에게 예술활동은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이 작가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의 꿈을 펼칠 공간인 '잇다'는 지역의 장애인 예술가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술강사 파견, 미술공예품 전시 및 판매활동으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 일에 비장애인들도 함께 할 수 있다. 한 명의 장애인을 지정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멘토후원', 글이나 그림, 사진, 작곡 등 예술활동을 지도하거나 함께하는 '재능후원'도 가능하다. 이미 117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잇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작가는 "장애와 비장애라는 말도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며 "그래야 함께 부대끼고, 정도 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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