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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은 지속가능한 농촌사회에 근접한 곳”
    농업농촌 2016. 3. 9. 15:27


    일본 환경교육 석학 아베 오사무 교수, 풀무학교 가치 강조

     

    지방이 비어가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동화’라고 한다. 농촌지역은 특히 심각하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든다. 고령화의 그림자만 짙어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사람이 살지 않는 농촌마을이 생겨날 수 있다. 시간문제다.

     

    일본의 지방 공동화 현상은 우리보다 빠르다. ‘소멸가능한 지자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당연히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가 관심사다. 일본 환경교육의 석학 아베 오사무 릿쿄대 교수가 지난 8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찾았다. 그는 일본 ‘지속가능한 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분야를 이끌고 있다.

     

    “마을학교가 지역 자긍심 갖는 인재 키워”


     

    그는 이날 홍동 밝맑도서관에서 ‘지속가능한 농촌의 마을만들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아베 교수의 홍동 방문은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ESD의 내용과 홍동면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며 예전부터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다고 했다.

     

    ‘교육을 통해 자신의 지역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인재를 육성해야한다’는 것이 이날 아베교수 특강의 핵심이었다. 지역 자긍심을 가진 인재가 지역을 살린다.

     

    홍동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교육목표로 세워진 ‘풀무학교’가 있다. 이 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이 유기농 오리농법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홍동을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만들고, 도시민들에게 인기 높은 귀농․귀촌 지역으로 각광받게 됐다. 이런 특성을 가진 홍동이 자신의 연구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홍동이 일본에서도 유명한 사례로 이야기되고 있다”며 “60년 전에 만들어진 풀무학교의 졸업생들이 홍동을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동은 지속가능한 농촌사회에 아주 근접한 곳”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를 위한 ‘사람만들기’

     

    지역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베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를 위한 사람만들기’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방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고 속도 일겁니다. 이에 대한 대응활동이 각국에 시사할 점이 많이 있을 겁니다. 정부가 ‘지방재생’이라는 말로 작년부터 지역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만들고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지방을 재생하라고 이야기 하는데, 거기에서 활동할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사람만들기,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지역에 자긍심을 갖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수도권에 사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거의 없고, 고향의 자연, 문화, 역사, 이웃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아베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지역과 관계 맺기를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대학생들도 농촌지역이 따뜻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지역과 관계 맺기에 빠져든다는 것이 아베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2009년부터 ‘지역진흥협력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협력단은 1500여 명 규모인데, 이들은 3년간 농산어촌지역에서 생활한다. 정부는 1인당 생활비와 활동비로 400만엔(약 4300만원)을 지원하고, 해당 지역의 지자체가 이들의 활동 내용을 결정한다.

     

    이들 중 80%가 20~30대 청년들이다. 3년간 활동기간이 지나면 전체의 60%가 그 지역에 남는다. 여성비율은 약 40% 정도인데, 지역의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지역진흥협력단을 2018년까지 3000명으로 늘이겠다는 계획이다. 아베 교수의 말처럼 이들은 지역과 관계 맺기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그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킬 것이다.

     

    공동체 파괴된 미나마타, 지속가능지역으로 변신

     

    아베 교수는 미나마타 병(1956년 일본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이 포함된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으로 걸린 병)으로 파괴된 지역공동체가 회복되는 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나마타 병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내가 왜 여기서 태어나 자라야 했나’라고 원망하는 주민들이 많아졌어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도 미나마타에서 왔다고 하면 이지매(왕따) 대상이 될 정도였죠. 지역 내에서 서로 싸우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1990년대부터 미나마타 공동체 재생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사람과 자연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해 나갑니다. 학교에서 환경교육과 인권교육이 철저히 시행됩니다. 인권교육을 통해 미나마타 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해 갑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됩니다. 미나마타는 26개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지역을 함께 걸으며 문화, 자연, 역사를 기록하는 활동을 합니다.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원래 있었지만 가치를 몰랐던 것을 찾아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미나마타 지역에 대해 자긍심을 되찾고 지역의 에너지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미나마타 병이 해결되고, 환경기업이 들어서고 관광산업이 발전합니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해 연결하고 활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의 사례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지역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키워내야”

     


    아베 교수는 유년기와 학생들의 지역과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년기에 지역의 자연과 사람들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지역의 자긍심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그런 관계를 맺었던 사람은 커서 어디를 가도 사는 곳에 대한 관계 맺기를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베 교수는 “홍동지역의 유치원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풀무학교 고등부 학생들 중 2/3가 외지에서 온 학생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홍동에서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학교 고등부 학생들이 토요일 격주로 지역의 원로, 졸업생을 만나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는 활동이 지역 관계 맺기의 일환이라고 아베 교수는 봤다. 그는 “외지에서 온 학생들은 3년이 지나면 이 지역을 떠나기도 하겠지만, 그 학생들이 홍성이라는 지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촌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특강을 마친 뒤 간담회에서 풀무학교를 졸업한 20대 한 청년이 물었다. 아베 교수는 “자연자원, 인적자원, 문화자원 등 다양한 지역의 자원을 보이게 하고 연결시키는 곳.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커뮤니티비즈니스’, 즉 지역의 가치로 만들어 내는 곳”이라며 “지역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 그것을 어떠한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 지역의 비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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