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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탓? 행정탓? 마을만들기 생태계 조성이 관건
    농업농촌 2016. 3. 30. 17:22


    [충남도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지원시스템과 홍성군 사례/ 

     

    농촌이 늙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사라지는 마을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마을만들기를 통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행정에서 대규모 사업비만 쏟아 붓는 방식으로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최근 충남도에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충남연구원 '마을만들기지원시스템연구회'가 한 달에 한 번씩 도내 시․군을 돌며 대화마당을 연다. 그 현장을 따라가며 대안을 찾기 위한 목소리를 담는다.<글쓴이 주>

     

    "마을 주민 의식이 문제야."

    "행정 사업이 마을을 망친다."

    "초고령화... 농촌 마을은 안 돼."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 '마을 탓', '행정 탓'을 너머 '자포자기' 등 다양한 불만이 나온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전국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곳곳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의 30%인 80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지역'이라는 분석이 보도됐다.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출산율은 감소하고 고령화는 심각해지면서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그 과정 속에서 젊은 층을 유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을만들기 정책은 불완전하다.

     

    "정책의 실패이자, 연구자의 책임"

     

     ▲ 구자인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 구자인 박사가 마을만들기 지원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명진

     

    구자인 박사(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는 "마을만들기 정책의 실패이며 이는 행정만의 탓이 아니라 연구자의 책임"이라고 평가했다.

     

    마을만들기 정책을 연구하며 진안군, 충남도 등 현장에서 활동해온 구 박사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주민 주도, 상향식'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에게 맡기고 방치했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결국 '마을 밖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마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역의 민간단체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 시·군단위 행정체계를 정비하고, 조례 제정으로 법적근거를 만드는 등 '마을만들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주민이 주도해서, 스스로 원하는 사업을 상향식으로 제안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농촌에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사업을 기획할 사람도, 컴퓨터로 공모사업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도 귀하다.

     

    충남도 첫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열어

     

     ▲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지난 25일 홍성군 홍동면 마을활력소에서 제1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열렸다. ⓒ 정명진


     

    마을만들기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에 부딪히고 있다. 불완전한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관련 연구자들이 현장을 돌며 대안을 찾기로 했다. 구 박사의 제안으로 구성된 '충남연구원 마을만들기지원시스템연구회'는 지난 25일 홍성군 홍동면 마을활력소에서 '제1회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을 열었다.

     

    홍성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중간지원조직 구성 등 마을만들기 지원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충남도 내 9곳을 돌며 대화마당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대화마당의 '충남판'이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충남도 마을만들기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 공유와 소통창구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

     

    학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공무원, 현장 활동가, 마을리더 등이 모여 공동학습과 토론을 통해 '마을 밖 지원 시스템'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을 찾는다. 구 박사는 제안서에서 "합의점이 도출된 내용에 대해서는 충남도 정책으로 우선 도입하고, 중앙정부 정책 개선방향을 제안할 것"이라고 적었다.

     

    주민주도 마을만들기 모범사례? 홍성의 고민

     

     

    ▲ 홍성통 홍성군 거버넌스 조직인 '홍성통'은 지역의 다양한 민간단체와 행정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 홍성군

     

    홍성군은 전국적으로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의 모범 지역으로 꼽힌다. 지원시스템이 구축되기 전부터 문당권역, 내현권역 등 성공사례를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왔다. 마을만들기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농촌관광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민간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거버넌스 조직인 '홍성통'을 통해 정기적으로 주요 마을 사업을 공무원과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인구 3600여 명의 홍동면에는 협동조합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40여 개 단체가 움직이고 있다. 주민들의 작은 소모임까지 합치면 70여 개에 이른다. 민간의 힘만으로 '마을활력소'라는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홍동면의 여러 단체와 모임을 연계하고 있다.

     

    하지만 홍동면 등 성공 사례를 홍성군 전체로 확산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50여 개 마을에서 충남도 '희망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러 마을이 함께 추진하는 권역 사업 역시 추진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군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 설립 문제는 군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예산 심의에서 몇 차례 삭감되다가 지난해 연말 가까스로 사업비가 예산에 반영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간지원조직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조례제정, 민간단체 네트워크 법인화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민간네트워크 조직을 환영할까"

     

     ▲ 홍동면 마을지도 홍동면에는 40여개의 단체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 마을활력소

     

    이날 대화모임에서 ▲ 민관협력 거버넌스, 홍성통의 경험과 사례 ▲ 지역협력네트워크 출범 배경과 미래 ▲ 홍동면의 민간모임과 마을활력소 등 3가지 사례가 발표됐다.

     

    이창신 홍성 지역협력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중간지원조직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민간단체 네트워크를 준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군의회의 반대를 겪으면서 돌이켜보니까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대표적인 단체로 조직을 구성했지만 개별 마을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 나서 실제 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마을활력소 이동근 사무국장도 "풀무학교가 설립된 이후 60년간 여러 활동이 진행되어 왔지만 지금도 홍동면 전체적인 공감대를 얻은 것은 아니다"라며 면사무소, 주민자치위원회 등 행정을 기반으로 한 조직과의 협력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성통' 역시 중간지원조직과의 관계 및 역할 설정, 정보 공유를 넘어선 연계협력 등이 숙제다.


     이창신 홍성 지역협력네트워크 사무국장. ⓒ정명진


    이날 대화모임에는 60여 명의 각계 전문가, 현장활동가, 마을리더 등이 참석했다. 당초 예상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사례에 대한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종합토론 대신 구자인 박사가 쟁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구 박사는 "마을 주민은 민간네트워크 조직을 환영할까?"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홍성군의 경우 군의회의 반대, 공공성 확보 문제와 연관이 있는 쟁점이다.

     

    "민간단체 협의체를 만든다고 하면 지역사회에서 곱게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력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거죠. 민간단체가 연대 협력해서 행정과 파트너십을 가진 대등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이러한 네트워크 조직을 반기지 않습니다. 더 천천히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공감대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가 숙제입니다."

     

    이밖에 ▲ 민간단체 사이의 칸막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네트워크 조직은 어떤 조직 형태가 바람직한가 ▲ 생활권으로서의 면 vs. 정치행정 단위로서의 군 ▲ 느슨한 네트워크 vs. 강력한 네트워크 ▲ 민간단체의 정치적 행동,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등의 쟁점을 던졌다.

     

    이러한 쟁점은 올 한 해 동안 매달 진행될 충남도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에서 더 깊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음 대화마당은 4월 22일 아산시에서 열린다. 홍성군이 중간지원조직 기능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과 달리 아산시는 행정이 직영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주제는 '중간지원조직의 설치'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주민 주도 마을만들기 모범사례? 홍성의 고민)에도 실렸습니다. 


    <관련글>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2> 아산CB센터 사례 

    2016/05/02 - [농업농촌] - 중간지원조직, 설치보다 운영방안이 더 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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