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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순환농법으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꿈꾼다
    농업농촌 2016. 6. 24. 14:31


    소규모 농가들의 든든한 벗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점심 때 생미식당에서 만날까요?”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이하 홍성유기농) 정상진 대표(46)를 만나기 위해 홍성군 장곡면에 있는 한 로컬푸드 레스토랑에 도착했습니다. 시골 마을의 한적한 식당을 상상했는데, 정오가 되기 전부터 식당은 북적입니다.

     

    넓은 마당 주차장은 차들로 이미 가득 찼습니다. 식당 현관 앞에 손님들이 벗어놓은 신발들로 문을 닫기조차 벅찰 지경입니다. 홀에 앉은 손님들은 서로 반가운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눕니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거나 일을 하던 주민들은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나 봅니다. 마을을 순찰하던 경찰관도 점심을 먹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 홍성유기농이 운영하는 ‘생미식당’ 현관문. 논밭에서 일하다 온 손님들의 신발로 가득 찼다.


    ‣ 동네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 경찰관들도 생미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생미식당은 홍성유기농이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식당입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한우, 돼지고기, 각종 채소로 점심마다 가정식 백반을 차립니다. 식당 홀에는 ‘누구나 푸짐하게 6천원에! 드실 만큼 직접 가져다 드세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생미식당에서 사용되는 식재료 수십 가지마다 지역 생산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항상 이렇게 손님이 많아요?”

    “점심때만 그래요. 모내기철 같은 농번기에는 점심시간 지나고 나면 식당 바닥에 흙먼지가 쌓일 정도에요.” 


    정 대표는 선한 눈으로 웃어보였습니다. 논밭에서 일하다가 옷에 흙 묻은 채로 점심식사를 하는 게 농촌의 일상입니다.

     

    ‣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정상진 대표.

     

    인터뷰를 위해 생미식당 바로 옆에 있는 ‘띠앗’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홍성유기농 조합원 들이 운영하는 카페 겸 호프집입니다. 낮에는 차를, 밤에는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생미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하나둘 띠앗으로 흘러넘칩니다. 농촌마을에 함께 밥을 먹고, 차나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곳 주민들은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저녁에 지인과 술 한 잔 하려면 차를 타고 인근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게 농촌 현실입니다. 대리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축산 분뇨가 논밭 퇴비가 되는 자연순환농법

     

    생미식당은 홍성유기농의 작은 사업장입니다. 본업은 지역의 중소규모의 농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유기농 농산품을 유통, 가공, 판매하는 일입니다. 농촌을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지만 지난해 연매출 32억 원, 직원 17명을 둔 지역의 튼실한 기업입니다.

     

    홍성유기농은 자연순환농법을 통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꿈꿉니다. 공장형 축산으로 인한 항생제의 오남용, 하천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쏟아져 나오는 축산폐수, 대규모 논밭에 뿌려지는 화학비료와 농약. 이런 방식으로는 농촌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입니다.

     

    “홍성유기농이 축산과 밭작물을 같이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상업화된 친환경 재배단지의 경우, 친환경이라지만 하우스 수십 동이 농지를 가득 메우고 있거나, 축산만 대규모로 합니다. 저희는 축산물 사육규모가 많지 않아요. 축산물에서 만들어진 분뇨를 퇴비로 농업에 활용하는 시스템이죠. 소, 돼지를 너무 많이 키우면 논밭이 감당하지 못하겠죠. 후세에도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고, 소비자들도 안전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먹기 위해서는 이런 자연순환 시스템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드셔야 하는데, 요즘 잘 통하지는 않더라고요.”

     

    ‣ 지역에서 생산된 당근과 양배추를 포장하고 있는 홍성유기농 직원들.

     

    축산을 하는 정 대표 역시 24년 농부 인생 중 20년을 유기농업에 몸담아왔습니다. ‘동물복지’라는 말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20년 전부터 방목을 시작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뜻밖의 사건(?)으로 2년 전 방목을 중단했습니다.

     

    “애들이(소) 재작년에 대형 사고를 쳤어요. 울타리를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데, 홍성유기농 일로 바쁘다보니 바람 불고 비오면서 울타리가 망가진 겁니다. 소들이 탈출해서 인근 산소 봉분 6개를 망가뜨렸어요. 복구해주느라 고생 많이 했죠. 정비를 해서 작게라도 다시 방목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중소규모 유기농 농부, 귀촌인들의 든든한 벗

     

    정 대표가 자연순환 유기농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역적 특성 덕분입니다. 홍성군은 국내 유기농 오리농법의 발원지입니다. 정 대표가 농사를 시작할 무렵 유기농법을 실천하는 선배 농부들이 지역에 많았습니다. 홍성군 지역생협인 ‘풀무생협’에서 함께 일하던 선후배들과 홍성유기농의 기틀을 잡아나갔습니다.

     

    “홍성유기농은 2005년 설립됐어요. 그 시기에 풀무가 전략적으로 아이쿱생협의 친환경농산물 주산지로 바뀌면서 경쟁력이 있는 대농(농사나 축산을 크게 짓는 사람) 중심으로 운영됐습니다. 지역에는 작게 농사를 짓는 고령농이나 귀농인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문제의식을 함께 하는 분들과 별도의 조합을 만든 거죠.”

     

    ‣ 올해 2월 열린 홍성유기농 제10차 정기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홍성유기농은 2010년 예비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2011년 충남도 사회적기업 최우수상을 받고 2012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근로자 임금 지원이 종료됐지만, 직원들이 임금동결을 결의하면서 한명도 빠짐없이 고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홍성유기농은 ‘영세한 중소규모 고령농가, 귀촌 농가 농산물 유통 지원’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기업입니다. 일반 소농들은 농협에 위탁판매하거나 일반수집상들에게 농산물을 팝니다. 예를 들면 일반 수집상들은 보통 kg당 2000~3000원에 농가로부터 냉이를 사가지만, 홍성유기농은 kg당 5000원에 수매할 예정입니다. 그만큼의 차액이 소농에게 돌아가겠죠.

     

    현재 100여 명의 조합원 중, 농사짓는 조합원이 70여명, 그중 절반이 고령농이나 귀농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농사가 미숙한 귀농인들을 위해 ‘채담이 농장’을 만들어 인큐베이팅 하고, 이곳을 통해 자립한 귀농인들이 홍성유기농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조합원이 됐습니다. 고추, 대파, 호박 등 8개 작목반에서도 선배 농부들이 귀농인들의 농사를 가르쳐 주는 역할도 합니다.

     

    농사뿐만 아닙니다. 홍성유기농을 운영하는 6개 위원회 중에 문화위원회가 있습니다. 정 대표는 “농촌에서 농사로 돈만 벌어서 행복할 수 없으니까, 조합원들과 함께 등산을 간다든지, 영화 상영,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농사로 힐링, 농사꾼으로 돌아갈 것”

     

    홍성유기농이 무농약, 유기농으로 인증 받은 농산품목은 100여 가지가 훌쩍 넘습니다. 밭작물은 절반 이상이 로컬푸드 매장과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을 통해 홍성 지역에 공급됩니다. 포장한 다음날 새벽 학교로 배달돼 그날 점심 때 학생들의 식단에 올라갑니다. 로컬푸드 소비 외에도 생협, 온라인 쇼핑몰, 가공업체 등의 유통망을 통해 전국으로 퍼집니다.

     

    도시소비자를 위해 꾸러미 상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삼겹살 꾸러미’는 삼겹살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상추, 양파, 버섯 등을 한 상자에 담아 소비자에게 보내는 방식이지요. 물론 홍성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항생제 친환경 삼겹살과 유기농 채소들입니다.

     

    홍성유기농 삼겹살 꾸러미.

     

    요즘 두부, 소시지, 한우곰탕 등 가공품 판매까지 시작하면서 홍성유기농의 사업범위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정 대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그는 “직원들이 제가 생산한 농산물을 보고 ‘대표님 농산물은 품질이 별로’라고 한다”며 웃었습니다. 정 대표는 회사 경영으로 밖으로 돌아다닐 일이 많다보니 자신의 농사에 신경을 못 쓰서 안타까워합니다.

     

    “저는 농사를 지어야 힐링이 돼요. 회의 불려 다니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요. 유기농 농사도 제대로 못 짓고 방목도 못하고... 농번기 때는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14시간 동안 농장에서 일하는데, 회의 4시간 하는 게 농사일보다 피로감이 더 커요.”


    천성이 농사꾼인 사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빨리 대표직을 그만두고 농사꾼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어느 누구가 대표직을 맡아도 힘들지 않게 홍성유기농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물러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정 대표는 흙 묻은 자신의 트럭을 타고 군청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바쁘게 떠났습니다. 그의 트럭이 농장과 논밭만 달리려도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 이 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홍성유기농 꾸러미 상품 문의 : 041-641-6269

    홍성유기농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hs62nong

    홍성유기농 쇼핑몰 : http://www.hellonature.net/shop/goods/goods_view.php?&goodsno=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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