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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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배 수확기>작은 것이 아름답고 작은 고추가 맵습니다.시골이야기 2015. 11. 24. 16:57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고추가 맵다.’ 별 상관 없을 것 같은 이 두 문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자연재배(자연농) 농산물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비료나 퇴비를 넣어서 인위적으로 크게 키우지 않는 자연재배 농산물은 원래 그 종자가 가지고 있는 만큼만 자랍니다. 그래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기농이나 일반 농산물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다른 밭에서 비료를 듬뿍 먹고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란 일반 농산물(특히 무)을 보면 요즘 징그럽다는 생각도 합니다. 자연재배를 몰랐을 때는 그냥 큰 것이 좋은 줄만 알았습니다. 올해 마지막 농사인 무와 당근을 캤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지난 주말부터 무, 배추를 캐기 시작하길래, 우리 집도 비 그친 틈을 타 부랴부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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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다락방 이야기> 텃밭에서 몸을 씻다시골이야기 2015. 11. 13. 11:47
이슬 맺힌 텃밭을 맨다. 풀을 움켜쥔 장갑은 이미 흠뻑 젖었다. 산기슭은 아직 새벽안개로 자욱하다. 푸르스름한 빛이 어둠의 끝자락을 알린다. 낫날에 쓰러지는 풀들의 사각거림이 손끝에 전해온다. 낫이 지나간 자리에 강아지풀들이 꼬리를 내리고 눕는다. 장마가 지난 뒤 땅콩 밭이 풀에 덮여 버렸다. 잡초에 강하기로 유명한 땅콩이라지만 게으른 농부를 만난 탓에 잡초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풀이 너무 무성해 일단 낫으로 풀을 벤 다음 호미로 뿌리를 뽑는다. 땅콩 두둑 위에 자란 풀은 내버려두고 두둑 사이 고랑만 맨다. 한 고랑을 다 매고 땀을 훔치며 뒤돌아본다. 풀숲에 갇혀 있던 땅콩 밭에 숨통이 트였다. 출근을 앞두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거리도 낫질 몇 번으로 사라졌다. 산기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