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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재배를 아시나요? -홍성 자연재배 농부들 일본 방문기
    농업농촌 2015. 10. 19. 13:05

    자연재배(자연농)를 아시나요?


    유기농이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농약 대신 친환경 약제를 사용한다면, 자연재배는 퇴비도, 친환경 약제도 사용하지 않고, 땅을 갈아엎지도 않고 자연과 공생하며 농사를 짓습니다. 자연에서 기른 농작물이 가장 건강하다는 신뢰가 깔려있지요. 수확물은 적지만 자연이 기른 참맛은 인위적으로 기른 일반농산물이나 유기농과도 비교할 수 없지요.

     

    홍성에도 자연재배를 실천하는 농가들이 있습니다. 유기농 오리농법의 발원지인 홍동면을 중심으로 7개 농가가 자연재배 방식으로 농작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소비자와 함께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을 만들고 꾸러미 방식으로 직거래 하고 있습니다.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의 생산자 5명, 도시소비자 1명이 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아카매자연농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아카매자연농학교는 일본의 자연농 대가 '가와구치 요시카즈' 선생님이 1991년 자연농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곳입니다. 자연농의 철학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일본 전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년 수백명이 찾는 곳이죠.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보고 느낀 일본 자연농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자리가 지난 8월 31일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 1층 아고라방에서 열렸습니다. 자연재배에 관심있는 지역주민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조촐한 자리로 마련됐지만, 서울, 경북 상주 등 자연재배에 관심 있는 분들까지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어린 자녀들까지 포함해서 100여 명은 모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리가 부족해 현관까지 스피커로 중계하는 진풍경도 펼쳐졌습니다. 자연재배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지 몰랐습니다.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금창영 씨가 사회를 보면서 일본 아카매농장을 다녀온 소감을 전했습니다.

     

    "신비한 밭에 서서라는 책을 쓴 일본의 자연농 대가, 가와구치 요시카즈 선생님을 뵙고 아카매자연농학교를 둘러봤습니다. 그동안 자연재배를 하면서 어려웠고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지만 이번 경험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아카매에서 느낀 좋은 감흥을 이어받아 홍성에서도 아카매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농지가 없는 청년 귀농인들에게 자연농을 실천할 수 있는 농지를 무료로 임대해주고, 농사의 기쁨과 참맛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발표회가 끝나고 밝맑도서관에 전시된 자연농, 자연재배 관련 서적을 보고 있는 주민들.


    23살 나이로 홍성에 귀농한 정명훈 씨도 청년귀농인으로서의 소감을 이어나갔습니다.

     

    "35년 동안 자연농을 실천한 가와구치 요시카즈 선생님의 논밭을 보고 정말 비료도, 농약도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돈 안되는 자연농을 왜 하냐고 그러는데, 뭔가 매력이 있습니다. 밭에 있는 벌레와 풀들을 바라보면서 자연이 내게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자연농인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일본 아카매농장에서는 풀을 벨 때도 고랑의 한쪽만 베고 다른 한쪽은 남겨두고 기다렸다고 벤다고 합니다. 금창영 씨가 전해준 말에 따르면, 그 밭에 있는 풀벌레들이 다른 밭으로 넘어갈 때까지 풀을 남겨 둔다는 겁니다. 자연과 공존하려는 자연농의 철학이 가장 잘 묻어 있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발표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밝맑도서관에 남아 자연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발표회가 진행되는 동안 도서관 한켠에서 쉬지 않고 메모를 하던 홍동면의 원로, 홍순명 밝맑도서관 관장님이 유기농 특구인 홍성에서의 자연재배의 시도가 가지는 의미를 짧고 선명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농민들이 실천하고 연구해야 우리들만의 농법이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농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자연을 선생님으로 삼아서 실천하다보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유기농이든 자연농이든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농업과 마을의 소중함을 일깨워 나가기 위해 더욱 연구해야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지난해 11월 취재차 가와구치 선생님을 뵙고 아카매자연농학교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계기로 홍성의 자연재배 농가들에게 아카매 활동가를 소개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자연농 교류가 홍성 지역에서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보람됩니다.

     

    아카매농장의 활동가 치에코 오구라 씨가 서툰 한국어로 저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여요. 홍성의 농부들을 소개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일정은 바쁘지만, 서로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다음은 명진님도 같이 오세요. 저도 언젠가 홍성에 가고 싶습니다."

     

    홍성과 아카매의 자연농 교류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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