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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영씨의 시골일기<1>오디가 익어가는 계절
    시골이야기 2016. 5. 29. 20:32


    서울 살이 30년 동안 뽕나무도 몰랐고 뽕나무의 열매가 오디란 것도 몰랐다. 마트나 시장에 오디가 포장되어 나와 있어도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홍성 귀촌 살이 7년이 되어가니 뽕나무의 잎을 채취해서 나물을 해먹는다. 나뭇가지를 잘라 백숙에 넣어 끓이기도 하고 뽕나무의 열매 오디는 달콤한 간식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유독 뽕나무가 많다. 특히 길가에 뽕나무가 많아서 아이들도 뽕나무는 알아본다. 5살 호승이는 “엄마, 이거 뻥나무”라며 손짓하는 모습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도 한다.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 이곳에 누에를 치며 먹고 살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한다.


    누군가는 시골을 정적이고 지루하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빠른 속도의 차를 타고 창문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그럴 수도 있겠다. 모든 것이 정지 되어있는 것처럼 멈춰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시골의 하루는 너무나 변화무쌍하여 순간순간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오늘 그런 경이로움을 느낀 하루이다. 집 앞의 뽕나무를 매일 보는데 오디가 까맣게 익어간다는 것을 몰랐다. 길가에 서있는 뽕나무의 오디는 아직 파릇파릇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당에 새가 떨어뜨렸는지 아주 까만 오디 열매가 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당 앞 커다란 뽕나무에 까만 오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게 아닌가.


    매일 눈으로 스치기만 하던 뽕나무는 제대로 본 게 아니었다.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내 머릿속의 익지 않은 뽕나무만 생각하며 그곳을 지나친 것이다. 순간 나의 머리를 무언가로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다시 뽕나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바라보았다. 오디는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하나 따서 입속에 가져가니 오디의 달콤한 향과 맛이 퍼지면서 동공이 확장되고 입 꼬리가 올라간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5살 아들 호승이도 옆으로 다가와 오디를 달라며 성화다. 오디는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없는 시골에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간식중의 하나다.


    오디는 손이 닿으면 쉽게 물러져 맨손으로 살살 따야한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면 금세 손이 까매지고 오디에서 즙이 나온다. 주변에서 보니 한꺼번에 많은 양을 딸 때에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터는 방식으로 오디를 수확하는데 나는 그냥 정성스럽게 하나씩 딴다.


    오디가 익어간다. 오디가 익어가기 시작하면 아이들과 마을길을 걷기 좋을 때다. 걸을 때마다 오디를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세 손과 입이 까매지지만 그 모습을 보며 웃을 수 있어 더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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