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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1) “도덕이 밥 먹여주나요?”
    독서방 2016. 1. 30. 21:14



    “도덕이 밥 먹여주나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말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금융회사인 BBK 주가조작 및 횡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상대 후보들은 대중연설과 추가 폭로로 이 후보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시민단체도 ‘부패정치청산’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50%에 육박하는 이 후보의 지지율은 끄떡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48.7%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두 달 전, 한 언론사는 여론조사에서 ‘현재 지지하고 있는 대선 후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응답자의 50.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도덕성은 대선 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당시 도덕성보다 더 중요한 화두가 있었다. ‘밥 먹여주는’ 경제 살리기였다.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라면 ‘밥 먹여 주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도덕성쯤은 눈 감아 주겠다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도덕에 관한 오해를 하나 더 소개할까한다. 이 오해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도덕 교육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나는 도덕이 따분했다.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배운 도덕은 아무짝에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바른생활’ 한 권이면 사회에 나쁜 짓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왜 도덕책을 외워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험을 앞두고 도덕 선생님은 교과서에서 시험에 나오는 부분만 읽어주며 밑줄을 그으라고 했다. 밑줄 그은 내용만 외우면 누구든지 10문제 중 8~9문제는 맞출 수 있었다. 시험 성적만 놓고 보면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도덕적 인재 양성에 성공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벌어지고, 힘 센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을 괴롭혔다. 사춘기 남자 아이만 모아놓은 학교라면 내가 다녔던 학교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리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야생 수컷의 본능이 이런 방식의 도덕 교육으로 제어되지 않았다. 도덕 선생님을 탓하거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해하기 힘든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칸트의 정언명령, 벤담의 공리주의와 같은 천재 철학자의 사상이 담긴 도덕책은 점심시간 직후 조용한 교실을 수면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도덕은 밥 먹여주지 않는다.’ ‘도덕은 따분하다.’ 이제부터 도덕에 대한 이 두 가지 오해를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인문계 출신이지만 자연과학으로 이를 논증할 것이다. 도덕이 자연과학과 무슨 상관이 있을지 의아해할 지 모르지만, 생물학이라는 자연과학 도구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접근법을 선사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과 인간사회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자연의 다양한 생물을 비롯한 물질을 다루는 자연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인문학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수학도 사용할 것이다. ‘게임의 법칙’이라는 수학 도구는 인간 사회의 협력구조를 설명하는 데 꽤나 유용하다. 물론 이 논증에 약간의 도덕철학도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설명할 도덕철학은 플라톤, 칸트, 벤담의 접근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도덕이 진화론을 만나면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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