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2)-인간은 진화의 산물
    독서방 2016. 1. 30. 21:31



    ‘나는 누구인가?’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된 이 물음은 일생을 따라다닌다. 대학 시절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시절 일기 겸 썼던 습작 노트를 꺼내보니 이 질문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직장을 다니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갈 때는 잊고 지내다가도, 삶이 턱 하고 막힐 때는 또다시 이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을 찾지 못할 때마다 인문학 서적을 뒤적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답은 자연과학 서적에 있었다.


    600~700만 년 전 인류가 침팬지와의 공동조상에서 갈라져 나온(탄생한) 이후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한 어느 시기부터 인간은 아주 천천히 도덕을 가다듬어 왔다. 수백만 년 또는 수십만 년 전 사춘기에 접어든 한 원시인이 나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은 사회성과 연관이 짙다. 무리 속에서 주위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으면서 스스로 만족하며(당시에는 배부르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야생에서 배부르지 않거나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해 무리에서 쫓겨나면 죽음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생존의 문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역사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공동의 답을 찾아온 것이 도덕이 아닐까? 도덕이 쓸데없는 것이었다면 인류의 역사 중 어느 시점에 사라져버려 현재의 우리는 그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도덕은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현존한다. 생존하는 데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면 인간이 그 기나긴 시간 동안 갑갑한 도덕적 굴레에 속박되어 살아왔을 이유가 없다. 생존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도덕도 ‘자연선택’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도덕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도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의 어떠한 특성 때문에 도덕이 생겨났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출발점은 생물학이다. 내가 생물학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단은 권위를 빌려 설명하겠다. 때마침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인 생물학자가 우리말로 쓴 책이 있다.(권위 있는 과학자가 쓴 대중서적은 대부분 번역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로 귀하다.) 다음은 김웅진이 쓴 ‘생물학 이야기’를 발췌․요약한 내용이다. 김웅진은 서울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국제적으로 진행된 게놈프로젝트를 수행한 국제적인 과학자다.

     

    인간은 물론 생명을 가진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물질(원자)로 이뤄져 있다. 생명은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독특한 물리현상이다. 따라서 생물과 무생물은 원래 하나다. 원시 바다에서 무작위적인 화학반응으로 최초 자기복제물질이 탄생했다. 원시바다에서 복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이들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자기복제물질은 여러 개의 분자들이 서로 협조하는 분자복합체(원시 생명체)를 형성했다. 분자복합체는 자기복제물질이라는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보다 에너지 경쟁에 유리했다. 자연은 분자복합체를 선택했다. 분자복합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포막을 획득한다. 이것이 최초의 세포생물이다. 자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세포생물들은 다세포생물이라는 연합체로 진화했다. 생명체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 즉, DNA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역사라는 억겁의 시간 동안 수많은 DNA가 복제됐다. 복제 과정에서 희박한 확률로 변이가 일어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됐지만 40억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변이가 일어났다. 자기복제물질에서 단세포생물, 다세포생물로 진화한 것도 변이된 존재가 선택된 것이다. 선택은 생존 경쟁에 우위를 차지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자연의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면서 환경에 적응한 종은 번식을 통해 살아남고(선택되고), 그렇지 못한 종은 번식하지 못하고 언젠가 사라진다. 이것을 '자연선택'이라고 부른다. 지구가 탄생한 이후 생물은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인간을 포함해 여러 종으로 진화했다.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과 식물은 영속하는 DNA의 운반체이다. 인간의 몸은 언젠가 죽어 사라지고 DNA는 복제를 통해 존속된다.

     

    요약한 내용은 인간의 기원인 생명체에 관한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진화의 결과물 중 하나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진화론이 주는 통찰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단세포생물이 경쟁 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자연선택되어 다세포생물로 진화했듯이, 인간도 같은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인간과 동물들은 비슷한 진화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 생물의 세포구조는 거의 동일하며 고등생물의 해부학적 구조가 인간과 유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는 매우 유사하다. 김웅진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의 단백질 중 99.3%가 유사하며, 300여 개의 아미노산 중 두 개를 제외한 298개가 같다.


    하지만 인간은 침팬지와 다르게 살아간다. 인간의 뇌, 행동, 의식, 언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동물과 차이점을 보인다. 인간의 특성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은 이러한 진화적 특성으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문화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유전적으로 적응해갔다. 즉 유전자와 문화는 함께 진화했다. 집단 문화 속에서 도덕 역시 변화해왔다. 유전자의 진화가 인간 사회의 문화를 만들었고, 집단 문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도덕이 필요했다. 이러한 맥락 위에 있는 도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이전 글>

    2016/01/30 - [독서방]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1) “도덕이 밥 먹여주나요?”

    2016/02/01 - [독서방]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3)-도덕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직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