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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덕이 회사를 살릴까(4)- 이기적인 인간이 왜 협력할까?
    독서방 2016. 2. 3. 10:49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한다.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책 속의 낙서,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 밤길에 혼자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차량 등 이기적 행위는 일상 속에 널려 있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직장 동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경쟁사회는 이기심을 부추긴다.


    생존과 유전자의 복제를 위해 이기심이 발동된다. 자연 상태에서 동물은 다른 개체보다 더 많은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번식의 상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인간 역시 이러한 진화적 유래를 간직하고 있다. 다만 이기심이 도덕적으로 제어돼 보다 점잖은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생물학자들은 이기심이 유전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유전자의 유일한 관심은 자신의 복제다. 유전자가 복제되기 위해서는 유전자가 ‘타고 있는’ 생명체(유전자 운반체)가 번식에 성공할 때까지 생존해야 한다. 유전자의 복제를 위해 생명체는 생존해야 한다는 동기를 가진다. 이것이 생존에 대한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는 생존과 번식이 환경에 가장 적합하도록 생명체를 진화시켜왔다. 번식 능력을 잃은 노화된 생명체의 생존에 대해 유전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해로운 존재가 몸속에 침입했을 때 젊은 생명체의 유전자는 강력한 면역체계를 가동시키지만, 번식을 통한 복제라는 임무를 완수한 늙은 생명체의 유전자는 몸(탈 것)을 포기하기 십상이다. “오로지 자기 복제에 도움이 될 때만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특성을 두고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책 제목을 통해 ‘이기적 유전자’라고 규정했다.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기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에서 이타심 역시 일상 곳곳에서 목격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야근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힘들어하는 후배를 위로하기 위해 술값까지 치르면서 새벽까지 함께 있는 대학교 선배의 모습에서, 지구 건너편 굶주리는 아이를 위해 기부를 하는 당신의 모습에서 이타적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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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이타심을 발휘하게 될까? 열쇠는 협력이 쥐고 있다. 생존에 대한 이기심은 협력의 통로를 거치면 이타심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협력은 집단 속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왜 이기적인 존재가 협력하게 될까? 힌트는 생존이다. 어떠한 형태가 살아남기에 더 적합한 구조인지 생각해보면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야생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집단을 이뤄 협력하며 사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인다. 혼자서는 사슴 한 마리 잡기 힘들어 굶주릴 가능성이 높지만 집단을 이뤄 협력하면 대형 매머드를 사냥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협력을 통해 집단을 이루는 모습은 인간이라는 고등생물뿐만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라는 미시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마틴 노왁은 자신의 저서 <초협력자>에서 “유전자를 염색체로, 염색체를 게놈(유전체)으로, 게놈을 세포로, 세포를 보다 복잡한 세포로, 복잡한 세포를 신체로, 그리고 신체가 사회라는 형태로 협업하도록” 자연이 이끌어 갔다고 설명한다. 그는 진화에는 변이와 선택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있지만 “진화의 창조적인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 협력이 제3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력은 도덕을 촉발했다. 하이트는 <바른마음>에서 “도덕성 기원과 관련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통찰은 ‘이기적’ 유전자로터 관용을 지닌 존재가 만들어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집단 내 모든 구성원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공통된 이해를 가지게 되자, 개인이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면 사람들은 순간 욱하는 부정적 감정을 느꼈다. 사람들 사이에 최초의 도덕 매트릭스가 탄생하는 순간이다.”라고 설명했다.


    ‘공통된 의도’는 협력의 기반이다. 두 사람의 ‘공통된 의도’는 집단의 ‘공통된 이해’로 발전하고 도덕으로 진화했다. ‘공통된 의도’는 언어보다 앞섰다. 침팬지 인지분야 전문가인 마이클 토마셀로는 유아와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컵 두 개 중에 하나에 선물을 숨겨 놓고 실험자는 그 컵을 바라보거나 가리키는 방식으로(침팬지와 유아 모두 공평하게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선물의 위치를 일러준다. 아이들은 실험자의 ‘공통된 의도’를 파악하고 74%의 확률로 정답을 맞혔지만 침팬지의 정답률은 찍어서 맞추는 확률보다 낮은 34%에 불과했다. 토마셀로에 따르면 침팬지와 인간이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인간만이 ‘공통된 의도’라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어가 소리와 사물의 연관성보다 사람 사이의 합의에서 생겨난다는 점에서 ‘공통된 의도’가 언어를 고도화 시켰다. 언어의 발전은 집단 내 공통의 이해인 도덕을 더욱 공고히 했다.


    노왁은 <초협력자>에서 인간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수학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가 제시한 다섯 가지 협력의 법칙 중 ‘간접 상호성’은 인간이 협력하는 방식의 기본이 된다. 내가 상대방을 도우면 그 상대방이 나를 도울 것이라는 기대가 '직접 상호성'이라면, '간접 상호성'은 내가 누군가를 도우면 나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나를 도운다는 것이다. 간접 상호성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를 통해 나의 평판(누군가를 잘 도와주는 사람)이 퍼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노왁은 집단 내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협력과 배반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평판 점수를 쌓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이 플레이어들은 상호작용을 거치며 진화한다. 평판에서 중요한 것은 소문이다. 농촌마을처럼 소규모 집단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소문이다. 한번 ‘나쁜 사람’으로 찍히면 헤어나기 힘들다(내가 농촌마을에 살고 있어서 이 점을 잘 안다. 도시는 익명성이 다소 보장된다). 평판은 처음 만난 상대방이 협력자인지 배반자인지를 알게 해준다. 상대방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 거듭 배신을 했다면 소문을 통해 상대방의 평판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처음 만난 상대방이지만 평판이 나쁜 그와 협력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그가 나에게도 배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력과 배신이 반복되는 게임은 일종의 생존게임이다. 자연 상태에서 협력하느냐, 배신하느냐는 종종 생존을 결정하기도 한다. 생존게임이 반복되면 진화적 결과를 얻는다. 그는 이 실험에서 ‘평판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비용/편익 비율을 뛰어 넘을 때 협력이 출현한다.’는 수학적 결론을 도출했다. 노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대했는지에 관해 충분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다면 자연 선택은 상대방의 평판에 따라 협력을 선택하는 전략을 고르게 된다.”고 풀이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집단생활을 하면서 평판을 중요시 하게 됐다. 평판 점수를 쌓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나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톨이로 남게 된다. 간접상호성이라는 협력의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문을 퍼뜨리는 ‘언어’와 그의 협력 또는 배신을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뇌’가 필요하다. 노왁은 “오늘 내가 다른 이들에게 잘 대한다면 내일 누군가 나에게 잘 대해 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간접 상호성은 우리의 뇌, 기억을 담아두는 능력, 언어 및 도덕 원칙의 발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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